환치기로 '부동산 쇼핑'…위법의심거래 55%는 중국인(종합)

입력 2022-10-28 13:21   수정 2022-10-28 13:21

환치기로 '부동산 쇼핑'…위법의심거래 55%는 중국인(종합)
역차별 논란에 첫 외국인 투기 기획조사 결과발표
대출·세금규제 피해 고가주택 매수…자금 불법반입 횡행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 50대 외국인 A씨는 지난해 서울 아파트를 42억원에 사들였다. 수차례 외국을 오가며 매입자금 8억4천만원을 반입했다고 주장했지만, 외화 반입 신고 기록은 없었다. 신고 의무가 없는 반입 한도는 하루 1만 달러인데, 코로나 시국에 70차례나 외국을 오가며 돈을 들여왔단 설명은 설득력이 없었다.
# 30대 외국인 B씨는 경남 일대를 돌며 아파트·다세대주택 19채를 싹쓸이했다. 대부분 한국인 남편이 가계약금을 지불했는데, 자금 출처를 대라고 하자 그 어떤 설명도 내놓지 못했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가 의심되는 외국인 거래 1천145건을 골라내 집중적으로 조사했더니 411건(36%)에서 567건의 위법의심행위가 적발됐다.
위법의심행위의 74.2%(421건)은 수도권에 집중됐다.
국토교통부가 28일 발표한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에 대한 첫 기획조사 결과다.
적발된 위법의심행위 중 해외에서 자금을 불법 반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121건으로 가장 많았다.
1만 달러가 넘는 현금을 들여오면서 신고하지 않거나 외국환은행을 거치지 않고 부동산 취득 자금을 불법 반입하는 '환치기'를 이용한 경우다.
비트코인 등 해외에서 산 가상자산을 국내 거래소에 팔아 부동산 취득 자금을 만드는 '가상자산 연계 환치기' 사례도 상당한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방문 동거 비자(F1)로 들어와서 임대사업을 한 사례는 57건 적발됐다.



부모-자식, 법인-법인대표 등 특수관계인 사이 편법 증여 의심 사례는 30건 나왔다.
한국인이지만 외국인으로 돼 있는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의 편법증여 의심 사례도 있었다. 서울 아파트를 25억원에 사들인 30대 외국인 C씨는 한국인 모친에게 비트코인을 14억5천만원에 팔아 매수 자금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오갔는지 자체가 불투명했다.
외국인 D씨는 남편이 대표로 있는 법인에서 38억원을 빌려서 서울 아파트를 샀다. 편법 증여가 의심되는 사례인데, 외국인에 대한 가족 구성 정보 파악이 취약한 점을 악용해 증여세는 물론 1가구 2주택 중과세도 피해갔다.
위법의심행위를 국적별로 분석한 결과 중국인이 314건(55.4%)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인 104건(18.3%), 캐나다인 35건(6.2%) 순이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작년 통계를 보면 외국인의 부동산 매수에서 중국인이 71%를 차지했다"며 "매수자금을 본국에서 불법으로 들여온 경우가 많아 부동산 투기를 과열시키는 주범 중 하나의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미국·캐나다인 중에는 검은머리 외국인이 상당수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별로는 경기도에서 위법의심행위가 185건(32.6%)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171건(30.2%), 인천 65건(11.5%) 등이었다.



국토부는 이번에 적발한 외국인을 법무부·관세청·경찰청·국세청 등 관계기관에 통보해 수사와 과태료 처분 등이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원 장관은 "토지, 오피스텔, 상가 거래로 기획조사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모든 부동산 분야에 있어 외국인 불법 투기거래를 뿌리뽑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부동산거래신고법을 개정해 부동산 거래 신고 때 외국인등록 사실 증명서를 제출하고, 위탁관리인을 지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부동산 매수 이후 해외로 출국하는 외국인에 대한 조사 공백을 막기 위해서다.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를 위해 법무부·복지부가 보유한 외국인 세대구성 정보는 과세 당국과 공유한다.
외국인 투기가 의심되는 지역을 시·도지사가 '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거래를 제한할 수 있는 법 개정도 추진한다.
임대사업자 등록이 가능한 비자 종류를 재외동포(F4), 영주(F5), 결혼이민(F6) 등으로 명확하게 하는 법 개정 역시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외국인 주택 보유 통계를 신설해 투기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국가통계 승인을 위한 협의를 거쳐 내년 1분기 공표 예정이다.




외국인들은 집값이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2017년 무렵부터 국내에서 꾸준히 집을 사들였다. 거래가 전반적으로 침체한 상황에서도 전체 주택 매수 중 외국인 비율은 2021년 0.81%(8천186건)에서 올해 1∼9월 1.21%(6천772건)로 늘었다.
그간 내국인은 각종 대출 규제로 내 집 마련이 힘든데, 외국인은 본국 은행에서 대출받아 규제를 피해가면서 역차별 논란이 일었다.
서울에서 15억원 이상 주택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작년엔 한 중국인이 강남구 타워팰리스 펜트하우스를 89억원에 사들이며 전액 중국 현지은행 대출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외국인은 세대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워 다주택자 중과세를 피해 '부동산 쇼핑'을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에 정부는 작년부터 올해 5월까지 이뤄진 외국인 주택거래 2만38건 중 투기가 의심되는 1천145건을 선별해 조사를 벌였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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