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악재 몰려…"내년 상반기 상황 개선될 것"
(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올해 채권시장에 악재가 쏟아지면서 회사채 수요예측 10건 중 1.5건은 목표 금액을 채우는 데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과 업계의 노력이 일부 효과를 내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경색이 점차 해소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금융정보업체 인포맥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7일까지 발행된 회사채 264건 중 40건(15.15%)은 수요예측 경쟁률이 1 미만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1 미만이라는 것은 수요예측을 통한 채권 주문 금액이 당초 목표 발행 금액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다.
특히 수요예측에서 미달이 발생한 40건 가운데 14건(35.00%)은 이달 발행 물량이었다.
이 중에는 신용등급 상대적으로 높은 JB금융지주[175330](AA+)와 메리츠금융지주[138040](AA)도 포함됐다.
한화솔루션[009830](AA-)의 경우 3년물로 500억원 모집에 나섰으나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고, 지난 27일 3년물로 510억원의 수요예측을 했던 통영에코파워(A+)도 전량 미매각 사태를 맞았다.
김진태 강원지사가 지난달 28일 레고랜드의 기반조성사업자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해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던 것을 고려하면 레고랜드 사태의 파장이 회사채 시장에 끼친 악영향이 확연히 드러난다.
올해 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채권시장의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한전채 대량 발행이라는 악재가 겹치고, 특히 4분기 기관투자자들이 채권 평가 손실을 막기 위해 '북 클로징'(book closing·회계 연도 장부 결산)을 서두른 것도 자금 흐름을 가로막았다.
기업금융(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용 자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채권 운용역들이 4분기 평가를 의식해 다들 운용에 나서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기존 채권의 만기일도 꾸준히 돌아오면서 자금줄을 옥죄고 있다.
당장 이날 만기 도래하는 전체 공모 채권 발행액은 2조6천억원으로 국채 1조원, 지방채 2천억원, 공사공단채 1천억원, 금융채 7천억원, 회사채 6천억원 등이다.
그러나 당국이 '50조원+α'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정책을 발표하고 증권업계가 대형사를 중심으로 ABCP 자체 소화에 합의하는 등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이 연일 발표되자 채권시장은 최근 일부 진정되는 분위기다.
지난 28일 AA- 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과 BBB- 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각각 13.3bp(1bp=0.01%포인트), 12.9bp 떨어졌다.
같은 날 1천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한 교보증권[030610](AA-)은 총 3천660억원 모집에 성공해 발행 증액도 고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채권시장에 몰려 있는 악재들이 내년 상반기에는 점차 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채권 운용역은 "당국이 한전 등 공사에 '채권 발행을 자제해달라'는 식으로 지도를 하는 분위기"라며 "추세상 한전의 적자 규모도 내년에는 감소할 것으로 보여 한전채 발행이 점차 줄면서 지금보다 회사채 시장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 클로징에 의한 유사 휴장 상황도 끝나면 내년에는 채권시장 사정이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당국과 업계의 대책이 최악의 상황에서 최종대부자(중앙은행 등이 시중에 풍부한 자금을 공급해 심리 안정을 꾀하는 것)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모양새"라며 "내년 상반기 중에는 채권 시장의 위험 요인들이 꺼지는 상황이 계속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yd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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