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 내년 봄까지 새로운 대중정책 노선 확정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독일 신호등(사회민주당-빨강·자유민주당-노랑·녹색당-초록) 연립정부가 대중정책을 놓고 내분을 겪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내달 4일 중국 방문을 앞둔 가운데, 독일 최대항구의 중국 지분참여 논란에 이어 중국기업에 독일 반도체기업 매각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독일 정부는 독일 반도체제조업체 엘모스를 스웨덴 경쟁업체 질렉스에 8천500만유로(약 1천200억원)에 매각하는 계획을 승인할지 검토중이라고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SZ) 등이 29일(현지시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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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질렉스가 100% 중국 IT기업인 사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소유라는 것이다. 반도체기업은 미국을 비롯해 서방에서 중국에 매각을 꺼리는 첨단기술 기업에 해당한다.
독일 정부는 "매각계획이 독일 내 공공안전과 질서를 위협하는지 검토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서방이 중국의 미국과 유럽 첨단기술에 대한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는 미국 측의 입장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연방헌법 수호청도 반도체제조업체의 중국 매각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고 독일 한델스블라트는 전했다.
반도체제조업체는 항만과 달리 주요 기반시설은 아니지만, 독일과 유럽이 중요한 IT생산시설을 중국과 같은 국가에 매각해야 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게 연방헌법 수호청의 입장이다.
앞서 독일 정부는 함부르크 항만에 중국 국영 해운사 중국원양해운(코스코·COSCO) 지분참여를 결국 허용했다. 경제·국방·외교부를 포함해 6개 부처가 반대했지만, 숄츠 총리가 허용을 강행했다. 다만 지분참여 규모는 계획했던 35%에서 25% 미만으로 제한했다.
외교부 등 6개 부처는 내각회의 결정에 앞서 "해당 거래는 중국의 독일과 유럽의 운송 인프라에 대한 전략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독일의 중국에 의존성을 지나치게 높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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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부는 내년 봄까지 새로운 대중국 정책 노선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는 내년 초 완성될 독일의 국가안보전략에 따라 마련되고 있다. 독일의 대중국 정책 노선은 이에 더해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조율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독일 연립정부 내 공통된 노선을 찾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벨트암존탁은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연정에 참여 중인 3개 정당의 노선은 분열돼 있다는 지적이다.
신호등 연정은 출범 당시 연정협약서에서 중국은 파트너이자 경쟁자, 체제라이벌이라고 정의했다. 이제 중국은 이중 라이벌에 가장 가깝다는 데에는 연정 내 이견이 없다.
이에 어떻게 맞설 것이냐는 데에서 이견이 발생하고 있다. 한쪽은 중국이 군사 권력이자 인권을 침해해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다른 한쪽은 경제교역국으로서 중국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독일의 최대 무역상대국이다.
숄츠 총리가 오는 4일 당일치기로, 시진핑 집권 3기 출범 이후 서방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중국으로부터 디커플링이 해답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슈테펜 헤베슈트라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우리는 세계가 다극화되는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중국이 하나의 극이고, 미국도 하나의 극이며, 유럽도 잘하면 하나의 극이 될 수 있다"면서 "총리는 중국과 디커플링을 원하지 않지만, 아무도 우리를 일방적으로 종속할 수 없도록 다각화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해야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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