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수출용 인도주의 통로·항만 공격 않겠다 약속해야 협정 복귀"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흑해 곡물 수출 협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지 이틀 만에 협정 참여를 종료한 것이 아니라 중단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31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작업(협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게 아니고, 참여를 중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 "흑해함대를 상대로 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우리 선박과 민간 선박에 위협을 가했다"며 "우크라이나는 민간 선박의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 외무부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이날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튀르키예 외무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안전 보장 문제를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농산물 수출을 위한 인도주의적 통로와 항만을 러시아를 겨냥한 군사작전을 위해 사용하지 않을 것을 보장해야 한다"며 "그런 조건에서만 운항 재개 여부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지난 7월 22일 유엔(UN)과 튀르키예(터키)의 중재 하에 전쟁 이후 막힌 흑해 항로의 안전을 보장해 양국의 곡물과 비료를 수출할 수 있도록 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가 드론 16대로 크림반도의 흑해함대와 민간 선박을 공격했다며 협정 참여 중단을 전격 선언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러한 러시아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으며,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도 이날 일단 재개됐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와 관련, 러시아가 불참한 상황에서의 협정 이행은 "훨씬 더 위험하고 보장할 수 없는 성격을 띤다"고 경고했다. 다만, 선박이 어떤 위험에 처했는지, 어떤 조건에서 러시아가 협정에 복귀할지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그러면서도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식량 지원 의지를 강조하며 러시아가 튀르키예, 유엔과 외교적 접촉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혀 협상을 위한 대화 여지를 열어놨다.
한편, 서방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흑해 곡물 수출 협정 중단과 관련, 최근 우크라이나전에서 고전하는 러시아가 '식량 무기화'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가 곡물 수출 협력에서 완전히 발을 뺄 경우 전 세계 물가 상승이 더 가팔라지고 세계적인 식량 위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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