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옆사람 일으켜야 나도 산다"…'군중 밀집' Q&A

입력 2022-11-01 16:50   수정 2022-11-01 23:31

[이태원 참사] "옆사람 일으켜야 나도 산다"…'군중 밀집' Q&A
"내맘대로 못 움직이면 위험한 상황…팔로 호흡 공간 확보해야"
워싱턴포스트가 정리한 다중밀집사고 행동요령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경기장, 콘서트장, 나이트클럽 등 인파가 극도로 밀집한 곳이라면 다중밀집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정작 현장에 모인 사람들 스스로 위험을 미리 알아채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군중 압착'(crowd crush) 사고 발생 시 행동 요령을 정리했다.

-- 지금 상황이 위험한지 어떻게 아는가.
▲ 움직이던 인파의 흐름이 갑자기 멈추는 경우 밀집도가 치솟는다는 의미일 수 있다. 사람들이 고통이나 불편을 호소한다면 상황이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각자의 직감도 중요하다. 지난 주말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현장을 피한 사람들이 있었다.
밀집도가 1㎡(제곱미터)당 5명을 넘어서면 위험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참사 당시엔 1㎡당 8∼10명이 몰린 것으로 추산된다.
현장에서 밀집도를 측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더 중요한 정보는 스스로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지다.
군중 관리 전문가인 마틴 에이머스 노섬브리아 대학교 교수는 "내 의지와 상관 없이 끌려다니는 그때, 물리학의 장난질에 휩싸인 것"이라며 "그때 움직일 수 있다면 빠져나와야 한다. 눈을 똑바로 뜨고 가장 확실한 탈출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위험한 인파 속에 끼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두 발로 땅을 곧게 딛고 서는 것이 중요하다. 인파의 흐름을 역방향으로 거스르지 말고 되도록 순응하는 것이 좋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군중 안전 전문가인 폴 베르트하이머는 WP에 "복싱선수처럼 앞뒤로 다리를 벌리고 무릎은 살짝 굽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팔은 몸 측면에 붙이지 말고 흉부를 보호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밀집도가 올라가면 팔을 꼼짝도 못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상황을 방지하려면 미리 가슴을 보호할 수 있도록 팔로 일종의 '방패'를 만드는 것이 좋다. 주로 쓰는 손으로 반대쪽 손목 위를 잡아 숨 쉴 공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키가 작은 사람은 산소 확보가 더 어려울 수 있다. 인파가 몰리는 장소에서 어린아이가 더 위험한 이유다. 만약 아이와 함께 인파 속에 갇혔다면 아이를 어깨 위에 올리거나, 아이를 안아 올려서 아이가 다리로 어른의 허리를 감싸도록 해야 한다고 WP는 전했다. WP는 절대로 아이를 팔로 끌어당겨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고함·비명은 에너지와 산소를 낭비하는 의미 없는 행동이다. 침착함을 유지하고 머리를 들어 산소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
밀집된 인파 속에서 휴대전화 등 물건을 잃어버렸다면 포기하는 것이 좋다. 물건을 주우려고 허리를 숙였다간, 다시 고개를 들지 못할 수도 있다.
만에 하나 넘어졌다면 일어서는 것이 상책이지만,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왼쪽으로 웅크려 머리를 보호하는 것이 차선책이다. 등·배를 대고 눕거나 엎드리면 매우 위험하다.


-- 인파 속에서 사망자가 나오는 이유는.
▲ 타인에게 밟혀서 사망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일부는 선 채로 호흡곤란을 겪다 의식을 잃는다. 압사 사고의 주된 사망 원인은 '압박 질식'이다. 너무 비좁은 탓에 폐에 숨을 들이켤 공간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다. 전문가들은 약 6분간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질식 상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파 속에서 넘어지는 사람도 위험하다. 한 명이 넘어지면 도미노 효과를 일으켜 넘어진 사람 위로 수많은 사람이 겹겹이 넘어질 수 있다. 이런 경우 깔린 사람이 질식사에 이를 수 있다.
지옥 같은 현장에서 빠져나와도 위험이 이어질 수 있다. 일부는 갈비뼈가 부러지거나 척추 부상을 당하기도 한다. 폐, 심장 등 장기가 손상되거나 내출혈, 근육 손상 등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 타인을 돕는 것이 안전할까.
▲ 주변에 넘어진 사람은 최선을 다해 일으켜 세워야 한다. 내 옆 사람이 두 발로 서 있어야 내 생존 확률도 올라간다. 한 명이 넘어지면 그 위로 다른 사람이 겹겹이 쓰러져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에이머스 교수는 "다중밀집 사고는 누구랑 싸우는 것이 아니다. 거기서 살아 나오는 것이 모두의 목표다. 넘어진 사람을 도우면, 그 한 사람의 목숨을 살린 것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넘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인파가 몰릴 만한 곳에 갈 때 미리 준비할 사항은.
▲ 튼튼한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인파의 밀집도가 위험수위에 오르면 서로가 서로의 발을 밟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튼튼한 신발을 신는 것만으로 내 발도 지킬 수 있고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
미리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나와 가장 가까운 출구뿐 아니라 모든 출구의 위치를 확인해놓는 것이 중요하다.

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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