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내년 중후반 경제 성장세 크게 둔화…0.25%p만 올려야"
향후 금리 인상 속도 의견도 "선제적 가속" VS "상황 봐가며 유연하게"
지난달 1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사록 공개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사상 두 번째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결정하면서 물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절하) 문제를 가장 중요한 근거로 들었다.
한은이 1일 오후 홈페이지에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10월 12일 열린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한 위원은 "지속되는 물가 상승 압력을 통제할 수 있는 적절한 규모의 금리 인상을 통해 강력한 물가 안정 의지와 전망을 제시함으로써 원화의 실질 가치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신뢰를 확고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빅 스텝'을 지지했다.
다른 위원도 "국내 경기, 물가, 금융·외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통상의 인상 폭보다 큰 0.50%포인트 올려 물가 상승 압력과 외환 부문의 기대 쏠림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기준금리의 큰 폭 인상은 외환시장의 한 방향 기대 심리를 완충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빠른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에 대해서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내수 부문이 비교적 양호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비춰 금리 인상에 따른 성장 손실은 감내 가능한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통위원 2명(주상영·신성환)은 경기 침체 가능성 등을 들어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표를 던졌다.
둘 중 한 위원은 "기조적 고인플레이션 흐름에 대응해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통화정책의 파급 시차를 고려할 때 최근의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파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중후반 국내 경제 성장세가 크게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대내외 금리차가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자본 유출과 환율 상승을 우려한 선제적 통화정책보다는 상황 전개에 따른 유연한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와 물가 경로의 위험관리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베이비 스텝' 지지 위원 역시 "여전히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해 나가되, 점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다른 조건에 변화가 없는 한, 경기와 고용을 과도하게 수축시키지 않으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근원물가 상승률을 2% 내외로 안정시키기 위한 기준금리의 상단은 3%대 초반 정도"라고 진단했다.
향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견해도 엇갈렸다.
한 위원은 "기준금리 인상을 가속화해 정책 기조를 긴축적 수준으로 조기에 전환하고, 물가 안정세가 확고히 다져졌다고 판단될 때까지는 그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선제적 통화정책 기조는 원화 가치에 대한 대내외 신뢰를 높일 뿐 아니라 레버리지(차입투자) 완화를 통해 금융시장 본원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른 위원은 "물가 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완만할 것이라는 현재의 전망 경로가 유지된다면 통화정책의 긴축기조를 이어가되, 금리 인상의 폭과 속도는 향후 국내외 경제와 금융 상황을 봐가며 유연하게 결정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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