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올해보다 22% 늘어…레고랜드 이어 흥국생명 등 '신뢰이슈' 또 부상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국내 채권시장에 레고랜드 사태에 이어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라는 민감한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내년 외화채권 만기 도래 규모가 올해보다 20% 이상 증가하는 가운데 시장의 신뢰를 뒤흔들 수 있는 이슈가 또 발생하자 파장을 주시하며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3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한국계 외화채권 규모는 약 249억200만달러(한화 약 35조3천억원)로 올해 204억4천만 달러보다 21.8% 증가한다.
지난 2015∼2019년까지는 외화채권 발행 규모가 100억달러 대에 머물렀지만 2020년에는 253억9천만 달러, 지난해에는 361억1천만 달러, 올해 281억500만 달러 등 200억∼300억 달러 수준으로 급증한 상태다.
시장은 이번 흥국생명 콜옵션(중도상환) 미행사를 시작으로 다른 보험사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것을 염려하는 분위기다.
흥국생명은 오는 9일로 예정된 5억 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국내 금융기관이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을 미이행한 것은 지난 2009년 우리은행 후순위채 이후 13년 만이다.
시장은 통상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기일을 사실상의 만기로 여긴다. 콜옵션 행사를 약속하고도 이행하지 않은 것이 실제 '부도'는 아니지만, 신뢰를 저버린 행위로 간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승우 DB금융투자[016610] 연구원은 "한화생명[088350]과 KDB생명은 내년 4월과 5월에 각각 10억 달러, 2억 달러의 달러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일이 도래한다"며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국내 크레딧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라 여파가 다른 시기보다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채권파트 관계자는 "최근 불황 속에 보험사로 들어오는 보험료보다 회사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더 많아지면서 수지가 역전된 상태라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자금 상황이 안 좋다"며 "평시라면 몇십조 원씩 채권을 매수할 보험사들이 지금은 반대로 채권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흥국생명에 이어 다른 보험사도 조기상환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시장에 돌고 있다"면서 "사실일 경우 이슈는 굉장히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더 나아가 외화채권 시장 전반의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촉각을 세웠다.
또 다른 익명의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계 외화채권 시장이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니고 투자자 상당수는 의외로 외국인이 아닌 국내 투자자"라며 피해를 우려했다.
유승우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속에 위험회피 심리가 짙어졌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으로 아시아 크레딧 전반에 대한 우려가 있는 등 가뜩이나 외화채권 시장 여건이 좋지 못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실제 발행 비용에 해당하는 외화채권 신용 스프레드는 연초 145bp(1bp=0.01%포인트)에서 지난달 말 기준 192bp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돼 당분간 외화채권에 대해선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며 "외화채권 투자 수요 위축을 감안할 때 시장이 기조적인 약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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