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시간, 하루새 유튜브 7%·틱톡 11%·트위치 41%·트위터 21% 늘어
정신건강 전문의 "유포 제한 필요"…방심위, 영상·보도 민원 누적 105건 접수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임성호 기자 = 이태원 참사 발생 하루 만에 우리 국민의 영상 플랫폼·소셜미디어 이용량이 일제히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직후 이들 플랫폼을 통해 여과 없이 유포된 참혹한 영상과 사진이 늘어났을 것이란 추정과 함께, 이런 영상을 접하고 트라우마를 겪을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가 3일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참사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유튜브·틱톡 등 주요 영상 플랫폼 4곳과 인스타그램·페이스북·트위터 주요 소셜미디어 3곳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와 이용 시간은 일제히 눈에 띄게 늘었다.
유튜브의 30일 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 합산 MAU는 2천498만여 명으로, 전날보다 72만5천여 명(2.99%) 증가했다. 유튜브 MAU가 하루 사이 70만 명 넘게 뛰어오른 것은 모바일인덱스가 집계를 시작한 2020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유튜브 총 사용 시간은 전날보다 7% 늘어난 5천163만여 시간이었다.
숏폼(짧은 영상) 플랫폼 틱톡 역시 지난달 30일 MAU가 173만여 명으로 하루 새 4.01% 늘었고, 사용 시간은 238만여 시간으로 11.18% 증가했다.
다수의 스트리머·BJ(1인 미디어 진행자)들이 이태원 사고 현장에서 중계방송한 트위치와 아프리카TV[067160]는 이용자와 이용 시간 증가세가 더 두드러졌다.
트위치는 이용자가 97만8천여 명으로 전날보다 23.71% 뛰었고, 사용 시간은 106만여 시간으로 41.53%나 폭증했다.
아프리카TV는 이용자가 85만 8천여 명으로 18.63% 늘며 20대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 3월 9일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용 시간은 125만여 시간으로 36.65% 급증했다.
주요 소셜미디어들도 이태원 참사 다음 날 이용량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스타그램의 지난달 30일 이용자는 1천69만여 명으로, 전날보다 20만여 명(1.92%) 늘었다. 사용 시간도 740만여 시간으로 하루 새 11.37% 올랐다.
페이스북도 같은 날 이용자가 477만여 명으로 4.19% 올랐다. 사용 시간은 344만여 시간으로 하루 만에 21.25%가 늘었다.
트위터는 이날 이용자가 269만여 명을 기록하며 2020년 5월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사용 시간 역시 239만여 시간으로 21.28% 급증했다.
영상 서비스와 소셜미디어 이용량이 급증한 것은 참사 직후 현장의 끔찍한 장면을 담은 콘텐츠가 이들 플랫폼에 다수 게시됐던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는 정부와 각 플랫폼 측이 본격적으로 대응에 나서기 전이었다.
대한트라우마협회장인 김선현 연세대 원주의대 교수는 "무서운 영화를 소리 지르고 눈을 질끈 감으면서도 끝까지 보게 되는 것처럼, 무서운 사건·사고 장면도 자꾸 궁금해하고 찾아보게 되는 게 사람 심리"라고 설명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사고 관련 콘텐츠를 과도하게 접하면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용자들에게 자제를 호소하는 한편 플랫폼들도 적극적으로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미디어를 통해 계속 사고 상황을 접하면 목격자 못지않은 영향을 충격을 계속 받을 수 있어 스스로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은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일이라 목격자가 많아 그 어떤 참사보다도 사고 상황 장면이 많이 유출됐는데, 추가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찬호 마음누리정신과의원 원장은 "현장 사고 영상이나 사진을 반복해서 시청하는 행위는 '미디어 노출로 인한 트라우마'(Media-induced trauma)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 "관련 영상물 시청을 최대한 자제하고, 트라우마로 인한 심리적 증상이 지속되면 전문 치료를 받기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소셜미디어와 영상 플랫폼들도 나서서 사고 장면이 유포되는 것을 제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온라인과 방송사 보도 등에서 자극적인 영상과 사진이 노출된 데 대한 민원이 2일 오후까지 누적 105건 접수됐다. 지난달 31일 17건, 전날 70건에서 더욱 늘었다.
방송 보도는 22건, 온라인 사진과 영상은 83건으로 집계됐다. 방송 보도는 안건에 오른다면 방심위 방송소위에서, 온라인 사진·영상은 통신소위에서 심의한다.
방심위는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정보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피해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정보를 지속해서 감시해 규정 위반 시 적극적으로 심의할 방침이다.
lisa@yna.co.kr,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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