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 데모데이서 강연…"ESG, 비용보다 기회로 접근해야"
"빌 게이츠는 MBTI I 성향 같아…재벌 회장이 드라마 같진 않아"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3일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생태계 조성을 강조하며 이를 막고 있는 국내 규제시스템에 아쉬움을 표했다.
또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을 것을 주문하며 거시경제 환경이 개선되는 내년 말까지는 기회를 탐색할 것을 조언했다.
최 회장은 3일 오후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스파크랩 데모데이 엑스' 행사에 참여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기업인 스파크랩의 공동대표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와 대담을 나눴다.
그는 "스타트업이 활성화하기 위해선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며 "어떻게 하면 좋은 생태계를 잘 만들 수 있을까. 소통과 데이터가 가장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 규제 시스템이 창업자와 투자자가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 형성을 막고 있다며 쓴소리도 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특징은 뭔가 생기면 자꾸 법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비즈니스는 법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좋은 뜻으로 규제를 만들어도 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려면 제약조건이 생긴다"고 꼬집었다.
최 회장은 현재 불확실한 거시경제로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받기 힘든 상황을 '소나기'로 비유하며 "소나기 내릴 때 세차를 하라고 권하진 않는다. 계획이 있다고 해도 소나기는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돈이 씨가 마르고 있는 상태에서 돈을 벌려면 (창업자의) 가치를 싸게 내놓아야 한다"며 "그러기보다는 가능성을 탐색하며 내년 말까지 기다리는 것이 안전할 거 같다"고 덧붙였다.
또 최 회장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부인할 수 없는 경영 트렌드라는 점을 강조하며 ESG를 비용이 아닌 새로운 기회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ESG는 요구를 넘어 관련된 거대 시장이 열리고 있다"며 "이 시장을 눈여겨보고 내가 만드는 모델이나 받아야 하는 투자가 ESG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돈 버는 것도 좋지만 그것만 쫓아가면 기업 존재 자체가 버림받는다"며 "ESG를 비용으로 인식하지 말고 우리가 늘 하던 일이라고 생각하고 소화·이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ESG 중 환경의 주요 의제인 넷제로(탄소 순 배출량 0) 달성을 위해선 원자력발전이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SK그룹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만든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인 미국 테라파워에 3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최 회장은 "테라파워는 방사능 폐기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 미니 원전(SMR)을 만들어 기존 원전과 구분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며 "원전은 상용화 여부를 떠나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넷제로 달성을 위해선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원전"이라며 "특히 재생에너지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원전 없이는 넷제로를 달성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테라파워를 만든 게이츠와의 관계를 묻는 말에는 "요즘 MBTI(성격유형검사)가 유행하는데 게이츠는 상당히 I(내향적) 성격인 거 같다"며 "이름을 부르거나 친하게 지내진 않고, 인사를 해도 '하와유(How are you)' 정도"라고 했다.
또 자신의 MBTI가 INTP(내향-직관-사고-인식)이라고 밝히며 "드라마에서 재벌 회장들은 회사와 명예를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데 드라마를 이 세상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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