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중국기업들, 국내 빚은 갚으면서 달러빚은 상환 의지 약해"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최근 부동산 경기 악화와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달 말 중국의 부동산회사 회사채 등 달러표시 채권 채무불이행(디폴트) 비율이 위안화표시 채권의 40배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6일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중국의 달러표시 역외 채권과 위안화표시 역내 채권의 최근 12개월간 디폴트율은 각각 5.79%, 0.14%로 역외 채권 투자자들의 피해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표시 채권의 경우 지난해 12월만 해도 디폴트율이 2.42%였지만, 이후 급등해 6월(5.69%), 7월(6.16%), 8월(6.45%), 9월(6.13%)에 이어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5%를 넘겼다.
반면 위안화표시 채권의 경우 지난해 12월 0.63%에서 오히려 하향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12개월간 디폴트 규모는 달러표시 채권이 34개 발행사 309억달러(약 43조8천억원), 위안화표시 채권이 6개 발행사 155억 위안(약 3조원) 정도였다.
연구진은 "일부 중국기업들의 달러화 채무 상환 의지가 약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부 유명 건설사는 달러채권보다 먼저 중국 국내 채권자들에게 선택적으로 빚을 갚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미국 투자회사인 루미스 세일즈의 즈웨이펑 수석 애널리스트도 최근 중국 부동산 업계의 달러 채권 위기가 심각해져 더는 분석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또 최근 2달간 달러표시 채권의 디폴트율이 떨어진 것은 기업들의 신용 여건 개선 덕분이 아니고 남아있는 채권 발행사 숫자가 적어진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부동산업계의 투자부적격 등급 회사채 발행사 127곳 중 25%인 32곳은 이미 최근 12개월 새 디폴트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 달 최소 부동산업체 2곳이 달러채권에 대해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달러채권 디폴트율이 적어도 5.9%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15위 부동산 개발업체 쉬후이(旭輝·CIFI)는 지난달 만기인 해외 채무에 대해 채권단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상환을 연기한 바 있다. 쉬후이는 중국 정부가 회사채 발행에 대해 보증한 몇 안 되는 회사 가운데 하나였다.
또 중국 지방정부가 일부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개발업체 녹지(뤼디·그린랜드)그룹도 13일 만기인 3억6천200만달러(약 5천153억원) 규모 달러표시 채권을 상환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녹지그룹의 디폴트 예고는 지방정부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준(準) 공기업성 부동산업체들까지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연구진은 부채 비율(레버리지)이 높은 다른 국영 부동산기업들의 건전성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 부동산 업체들이 내년까지 갚아야 할 국내외 채무가 최소 2천920억달러(약 414조원)에 이른다는 추산이 나오는 가운데, 시장 상황 악화로 차환(리파이낸스)이 어려워질 경우 내년 초 달러채권 디폴트율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연구진은 관측했다.
bs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