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항생제 내성균과의 싸움에서 '구더기 요법'이 중요한 치료법으로 자리 잡으면서 영국에서 10년새 적용 사례가 50% 가까이 증가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무상의료 체계인 국민보건서비스(NHS) 데이터에 따르면 치료가 어려운 상처 치료에 구더기 요법을 사용할 사례는 2008/09년 886건에서 2018/19년 1천305건으로 증가했다.
현대의학에서 구더기를 상처 치료에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차 세계대전부터다. 한 의사가 상처에 구더기가 있을 경우 더 빨리 낫는다는 것을 발견한 뒤 구더기 요법이 널리 사용되다가 1940년대 항생제 사용이 늘면서 감소했다.
그러나 항생제 내성 증가로 상처 치료가 어려워지면서 의료진은 다시 구더기 요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구더기 요법은 이전 연구에서 치유가 어려운 피부 상처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비용 대비 효과도 좋다는 결과가 나왔다.
구더기 요법은 2004년 NHS에서 사용하도록 승인받았으며, 웨일스에 있는 바이오몬드사는 의료용 구더기를 길러 NHS와 유럽 전역에 판매하고 있다.
NHS에서 구더기 요법은 통계가 시작된 2007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8/19년 1천305건을 기록한 뒤 2019/20년 1천190건, 2020/21년 776건으로 감소했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보인다.
치료는 항생제로 치료가 안 되는 상처에 1㎜ 정도 크기의 구더기가 가득 담긴 티백 형태의 포장을 올려 놓고 드레싱을 덮은 뒤 4일간 놔두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연구자들은 구더기들이 상처의 죽은 조직을 먹어 치우면서 상처를 소독하는 항균 물질을 분비해 치료 효과를 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구더기 요법에 대해 의료진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완지대 얌니 니감 교수는 상처치료 전문 간호사들은 구더기 요법의 치료 효과와 이점을 확인한 뒤 매우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반면 일반 간호사 등 상처치료 전문이 아닌 의료진은 구더기 요법 사용을 원치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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