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금오공대 교수팀 "일방통행이면 1천명 밀집해도 사고위험 낮아"
(서울=연합뉴스) 문다영 기자 = 이태원 참사 현장의 구조와 유사한 환경에서 일방통행을 하면 1천 명도 무리 없이 걸어 나갈 수 있으나, 양방향 통행을 하면 800명부터 압사 발생확률이 증가한다는 학계의 분석이 나왔다.
박준영 금오공과대학교 기계설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7일 이러한 결론이 담긴 시뮬레이션 결과를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박 교수는 참사가 발생한 현장을 단순화시켜 가로 4m, 세로 45m의 일자형 도로를 가정하고 '입자/분말 시뮬레이션 기술'(이산 요소법, Discrete Element Method)과 심리학적 힘을 고려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이때 심리학적 힘이란 걸어가는 보행자의 심리 규칙을 말하는 것으로, 앞 사람이 내가 희망하는 속도보다 느리다면 추월하려 하거나 벽에서 약간 떨어져서 걸으려는 경향 등을 말한다.
박 교수는 "참사 현장의 기울기가 10% 정도 되므로 관련 논문을 참조해 위에서 밑으로 내려오는 보행자를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보행자보다 12% 정도 빠르게 설정했다"고 했다.
그는 이후 보행자를 300명에서 1천 명까지 늘려가며 양방향 통행, 양방향 우측통행, 일방통행 3가지의 경우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실행했다.
박 교수는 "양방향 통행에서는 600명 이상이 되면 거의 통행이 불가능해지며, 800명에서는 이미 막혀서 압사 사고가 상당 부분 진행되는 모습이 나타나 위험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800명이면 1㎡당 5명 정도가 모여있는 밀도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해밀톤 호텔 방향으로 올라가려는 사람과 이태원역 방향으로 내려가는 사람이 한 길 위에서 뒤엉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사람들에게 무조건 우측통행을 강제하는 양방향 우측통행의 경우에는 300명부터 1천명까지 막히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구간 내 밀집해 있어도 충분히 통행이 이뤄지는 모습이 보였다.
거리 위에서 아래로 한 방향으로만 걷는 일방통행에서는 1천 명이 모이는 경우에 기준 이상의 압력을 받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아 압사 사고의 확률이 매우 낮게 나타났다.
박 교수는 "막히긴 막히지만 압사사고 확률이 굉장히 낮다"며 "보행자 탈출 시간의 편차가 가장 적고 평균 보행속도가 가장 빨랐다"고 했다.
이때 일방통행은 양방향 보행보다 6% 빠른 통과 속도를 보였다.
박 교수는 이렇게 설명하며 "일방통행이나 양방향 우측보행과 비교해 양방향 보행이 훨씬 더 통과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800명 이상에서는 (구간을 통과하는 시간이) 현저하게 증가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박 교수는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태원에서 일방통행이 됐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연구 결과로는 1천명까지 사람이 늘어나도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발표 자료는 논문이 아니고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은 연구의 중간 결과일 뿐임을 꼭 참고해달라"며 "시뮬레이션은 일자형 도로로 단순화했지만 실제 참사 현장은 T자형 도로로, 논문 발표를 통해 현장을 모두 해석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시뮬레이션에는 금오공과대학교 기계설계공학과 이승우 석사과정 학생과 김태형 학부생이 함께했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zer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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