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쟁 이후 품질·생산능력·AS 등 시장 의구심 커져
기존 최대 고객이던 동남아에서는 막강 경쟁자 '한국' 등장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면서 주요 무기 수출국으로서의 옛 위상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전망했다.
NYT는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미국과 서방국들이 러시아 수출을 통제하고 돈줄을 죄면서 장기적으로 안정적 무기 공급국으로서의 신뢰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싱가포르의 ISEAS-유소프 이샤크 연구소에서 아시아 문제를 연구하는 이언 스토리 박사는 "러시아가 앞으로 주요 무기 수출국의 지위를 회복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회복한다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러시아는 현재도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의 무기 수출국이다. 최근 수년간 중국·이집트에 대한 러시아제 방공시스템·전투기 수출도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산 무기수입량 2·3위 국가다. 1위는 인도다.
그러나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세계 무기 수출 시장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로 4년 전과 비교해 5% 포인트 떨어졌다. 주요 고객이던 인도·베트남발 수요가 꺾이면서 전체 무기 수출량도 4분의 1가량 감소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러시아 제재에 나서는 나라들이 늘면서 러시아가 생산하는 무기의 품질과 첨단 무기 생산 능력, 장기적 사후관리 서비스 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시에먼 웨즈먼 SIPRI 연구원은 진단했다.
그는 "러시아는 신형 무기와 부품 개발을 지원할 만한 기술력과 경제력을 겸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부상하는 한국 방위산업(K-방산)도 러시아 무기의 존재감을 가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목했다.
SIPRI에 따르면 러시아의 주요 무기 수출시장이던 동남아에서 한국산이 2017∼2021년 전체 무기거래량의 18%를 차지했다. 러시아산 무기는 14%에 그쳤다.
한국이 필리핀·태국에 함정, 인도네시아에 잠수함, 필리핀에 전투기·훈련기를 판매하는 동안 러시아는 인도네시아와의 전투기 11대 판매 계약이 취소되는 등 수난을 겪었다. 러시아제 구매 계약을 취소한 인도네시아는 당시 미국·프랑스제 전투기를 사들였다.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들도 동남아에서 러시아의 강력한 경쟁자가 되고 있다.
미국은 특히 동남아 국가에 무기를 판매하는 경우, 중국에 대항할 외교·군사적 지원도 함께 약속하는 방식으로 역내에서 주요 무기 수출국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웨즈먼 연구원은 밝혔다.
유럽 국가들도 일부 기술을 전수하며 동남아 국가들이 자체적으로 무기 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존 파라치니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 지역 몇몇 국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 대한 중립의 표시로 러시아 무기 구입을 꺼리고 있다며, "동남아시아에서 러시아는 공격적으로 무기 판촉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고객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동남아 국가들 가운데 러시아산 무기를 추가 도입할 의지를 보이는 국가는 미국의 제재 대상국인 미얀마나, 기존에 구소련·러시아제 무기로 국방력을 구축한 베트남 정도라고 NYT는 전했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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