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인구조사시기 갈등…정부 "2024년" vs 최대도시 "내년"

입력 2022-11-08 02:01  

볼리비아 인구조사시기 갈등…정부 "2024년" vs 최대도시 "내년"
의석수·예산에 영향…'정부안 반대' 지자체 시위, 전국 확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남미 볼리비아에서 인구조사 시기를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극심한 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언제 인구조사를 시행하느냐에 따라 총선 의석수와 예산지원 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인데, 정부에 항의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시위는 전국 단위로 확산할 분위기다.
7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엘데베르에 따르면 볼리비아 정부는 11월로 예정돼 있던 인구조사 시기를 '기술적 어려움과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2024년으로 미룬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은 성명에서 "인구조사는 정부 차원만의 사안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있어 중요한 문제"라며 "단 한 사람도 배제되지 않도록 실제로 구체적이며 전문적인 수치를 얻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연기 배경을 에둘러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볼리비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산타크루스주에서는 시민위원회를 중심으로 "내년에 인구조사를 시행하라"며 정부안에 반발하는 시위와 단식투쟁이 이어졌다.
각종 일자리가 몰리고 경제 동력이 집중되는 산타크루즈에서는 인구가 2012년 265만 명에서 10년 동안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전체 인구 1천180만 명 중 약 30%인 340만 명이 산타크루즈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산타크루즈 주민들은 "인구에 따라 정부 예산 지원이나 지역 간 원조 분배량이 정해지는 상황에서 여전히 10년 전 기준을 적용하는 건 비상식적"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도록 국가가 노력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여기에 더해 2025년으로 예정된 대선과 총선도 뜨거운 감자다. 총선 의석수가 지역별 인구 규모에 따라 나뉘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내년에 인구조사를 해야 의석수 등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야당을 중심으로는 정부가 정치적인 의도로 인구조사 시기를 늦춘 것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좌파 성향인 아르세 정부와 여당(사회주의운동·당 대표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인구 밀집 지역에서 대체로 약세를 보인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혁명국민운동 소속이자 차기 야권 대선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루이스 페르난도 카마초 산타크루스주지사는 "정부는 내년 인구조사에 의지가 없다"며 "우리는 처음부터 분명히 우리 의견을 제시했다. 내년에 인구조사가 있을 때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타크루즈 시위 선봉에 섰던 그는 그러면서 "각종 시위와 투쟁을 전국 단위로 확대할 것"이라며 의료계 파업 등도 진행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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