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열고 규탄…모렐로스 검찰, 애초 폭력 흔적 없다고 발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 범죄에 대해 처벌 수위를 높이고 있는 멕시코에서 한 검사가 여성 사망사건 경위를 은폐하려 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시티 시장은 7일 오후(현지시간)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페미사이드(여성살해) 사건 진실을 감추려 한 모렐로스 주 검사를 형사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멕시코 수도의 수장이 다른 지역 검사에 대해 법적 조처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이번 사건의 발단은 8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달 30일 아리아드나 페르난다 로페스(27)씨는 멕시코시티에서 식사한 뒤 지인인 라우텔 씨의 아파트에 머물렀다가 연락이 끊겼다. 라우텔 씨는 나중에 경찰에 "로페스가 택시를 타고 귀가하는 것까지 봤다"고 진술했다.
이후 며칠 뒤 자전거를 타고 가던 시민이 멕시코시티 인근 지방자치단체인 모렐로스주의 한 고속도로 길가에서 로페스의 시신을 발견했고, 이 사건을 맡은 모렐로스주 우리엘 카르모나 검사는 "시신에 외상 흔적이 없고 (그녀가) 과도하게 음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멕시코시티의 검사는 "시신을 살핀 결과 다발성 외상, 즉 몸 곳곳에 외력에 의해 생긴 손상 흔적이 다량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살인 사건이라는 뜻이다.
멕시코시티 검사는 피해자 거주지 관할 검찰청 소속 자격으로 사건을 재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멕시코시티 검찰은 피해자 마지막 행적이 남은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 분석을 통해 한 남성이 시신으로 보이는 무언가를 운반하는 장면도 확보했다.
검찰은 또 로페스가 들른 아파트의 주인 라우텔을 이날 체포해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셰인바움 멕시코시티 시장은 "이번 수사를 수행하는 것은 모렐로스 검찰청의 의무였다"며 "멕시코시티의 개입이 없었다면, 이 여성 죽음과 관련한 사람은 처벌받지 않게 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카르모나 검사와 이 사건 관련자 간 연관성에 대해 법무장관실에서 감찰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멕시코에서는 성폭행 살해 등 성별을 이유로 발생한 페미사이드 사건이 지난 한 해 1천건 넘게 보고됐다.
무고한 여성이 사라지고 목숨을 잃는 일이 잇따르면서 최근 멕시코에서는 페미사이드 범죄자 형량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형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해 지역 여성단체를 비롯한 주민들은 멕시코시티를 비롯한 곳곳에서 '사건 은폐' 검사과 피의자를 성토하는 시위를 열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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