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7 회의서 미·영·독일 등 '뭉칫돈' 지원 약속
아프리카 "에너지 식민주의" 반발…산유국은 "석유 여전히 필요" 고수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이집트에서 개막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에서 선진국들이 기후대응에 지갑을 열겠다는 약속을 속속 꺼내들었다.
이같은 움직임은 선진국이 수백년 간 화석 연료를 태워 산업 발전을 이루면서 현재 기후 위기를 부른 책임이 있다는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의제가 이번 회의에서 안건으로 상정된 것과 맞물려 있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와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은 돕겠다는 자세가 아니라 책임 지는 자세를 져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여전히 좁혀지지 않는 간극을 드러냈다.
◇ 선진국 속속 '뭉칫 돈' 지원 약속
로이터, 블룸버그,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유럽연합(EU) 등은 7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85억 달러(약 11조8천억원)을 지원하는 '공정한 에너지 전환'(Just Energy Transition)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남아공 국가들이 석탄 의존도를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도록 지원해 탄소 배출을 절감한다는 취지다.
선진국들이 이같이 지갑을 열겠다는 약속에 도출한 것은 이번 COP27 회의에서 나온 주요한 성과 중 하나로 평가된다.
또한 화석 연료 중에서도 탄소 배출 주범으로 석탄을 다루는 데 진전을 이룬 것으로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독일은 자체적으로 1억7천만 유로(2천360억원)를 기후 변화 취약 국가에 지원하는 계획인 '글로벌 보호'(Global Shield) 구상을 내놨다.
이번 COP27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주요 7개국(G7)으로서 우리는 취약 국가들과 함께 기후 위기에 대응할 글로벌 보호막을 함께 조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구상은 올해 초 발표된 것으로, 극단적 기후 재난 현장을 신속하게 지원하고 경제 회복 자금을 투입하는 게 골자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2025년까지 개발도상국의 친환경 성장을 지원하는 계획으로, 기존보다 세배 증액한 17억 달러(2조3천50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수낵 총리는 영국이 이미 케냐, 이집트를 포함한 국가에 친환경 계획으로 6천500만파운드(1천40억원)를 투자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벨기에도 아프리카 모잠비크에 2023∼2028년 기후 대응 자금으로 250만 유로(34억7천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아프리카 "우리가 가스 충전소냐"·산유국 "석유 여전히 필요"
선진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이번 COP27에서 처음으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가 의제로 상정된 데 따른 것이다.
이 의제는 기후 위기로 피해를 겪는 개발도상국에 선진국이 보상을 해준다는 개념이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이 수백년에 걸쳐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 연료를 태운 산업 발전으로 현재 기후 위기를 불렀다는 점에서 피해 국가에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게 개도국 주장이다.
반면 선진국은 '보상 책임'을 인정하는 데 선을 긋는 입장이다.
실제로 선진국은 그간 개도국의 기후 위기 대응을 돕겠다는 명목으로는 지갑을 열어 왔지만 이를 '보상 책임'으로 규정하는 것에는 부정적이다.
올여름 홍수로 1천700명이 숨지고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긴 파키스탄이 이번 '손실과 피해' 의제의 대표적 사례라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적시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만약 누군가 '손실과 피해'에 의구심을 품었다면 파키스탄에 가보라"면서 "거기에 손실이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도 선진국에 불만을 드러냈다.
현지 환경 운동가인 모하메드 아도는 7일 기자회견에서 유럽연합(EU)이 아프리카 대륙을 '가스 충전소'로 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독일을 포함한 EU 국가가 러시아의 가스 공급 차단에 직면해 알제리, 세네갈 같은 아프리카 국가를 가스 공급처로 확보하려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유럽 국가가 재생 에너지 같은 친환경 대안을 찾지 않고 가스 확보에 몰두하고 있다면서 특히 숄츠 총리를 겨냥해 "우리는 에너지 식민주의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화석 연료 시대의 종언에 정면으로 반발하는 국가도 적지 않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자 원유, 가스 부국인 아랍에미리트(UAE)는 "우리는 책임 있는 에너지 공급국"이라며 "세계가 원유, 가스를 필요로 하는 한 이 역할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UAE는 내년 COP 회의 주최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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