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만에 사태 일단락 국면…구조조정·납품재개 등 불씨 남아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이달 30일자로 사업을 종료하겠다고 직원들에게 통보해 논란을 빚어온 유제품 기업 푸르밀이 직원 30% 감원을 조건으로 사업을 유지하기로 했다.
사업종료 계획을 밝힌 지 24일 만에 이를 철회하면서 노사간 첨예하게 대립했던 갈등은 일단 봉합된 국면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 구조조정, 납품재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푸르밀은 10일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기존 사업종료 발표를 철회하고, 구조를 슬림화해 효율성을 바탕으로 회사 영업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45년 전 창업 초심으로 돌아가 재도전하겠다"며 "약 1개월간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지난달 17일 푸르밀 경영진은 이달 30일자로 사업을 종료한다는 사실과 함께 일방적인 정리해고를 통지하면서 직원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푸르밀은 이에 대해 "누적된 적자로 경영 위기를 넘어 회사의 존폐를 고민할 만큼의 상황에 이르렀다"며 "현금 유동성마저 고갈돼 사업을 더 영위할 수 없겠다는 판단에 이르러 직원들에게 정상적인 급여 지급이 가능한 날까지만 사업을 영위하겠다고 발표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에 따르면 유제품 소비 감소, 재료비·유류대 상승 등으로 2018∼2021년 4년간 3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했고 올해도 18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푸르밀 직원 약 400명은 갑작스러운 사업종료 통보로 생계가 막막해졌다며 반발해왔다. 또 푸르밀 대리점주와 회사에 원유를 공급해온 농가들도 큰 피해를 보게 됐다며 집단행동을 벌였다.
직원들과 협력업체의 반발이 거세지자 신동환 푸르밀 대표는 지난달 24일 노조와 만나 상생안을 찾기로 했고 지난달 31일과 이달 4일 교섭을 벌이면서 견해차를 좁혀 왔다.
이달 8일에는 4차 교섭 격으로 푸르밀 실무진이 노조와 만났고, 인원을 30% 감축하는 대신 사업을 유지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푸르밀은 감원과 관련해서는 우선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지금껏 영업을 마무리하던 단계였던 만큼 사업 정상화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거래처에서 다시 재료를 공급 받아야 하고 대리점·농가와 신뢰를 쌓아야 하는 등 숙제가 남았다.
경영진이 애초 LG생활건강 등에 회사 매각을 타진했으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사업종료를 택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향후 회사 매각을 재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푸르밀은 '비피더스', '검은콩이 들어 있는 우유', '바나나킥 우유' 등 익숙한 제품을 선보이는 유제품 기업이다.
1978년 롯데그룹 산하 롯데유업으로 출발했다가 2007년 4월 그룹에서 분사했고 2009년 사명을 푸르밀로 바꿨다.
주식 보유 현황을 보면 오너 일가의 지분이 90%에 달한다.
신준호 전 회장이 60.0%를 보유하고 있고 신 전 회장의 장녀 신경아 대선건설 대표가 12.6%, 차남인 신동환 대표가 10.0%, 손자 2명의 지분이 각각 4.8%, 2.6%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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