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온다'…내년 국내외 경제성장률 전망 '줄하향'(종합)

입력 2022-11-10 15:26  

'먹구름 온다'…내년 국내외 경제성장률 전망 '줄하향'(종합)
KDI, 내년 성장률 전망 1.8%로 낮춰…물가상승률은 2.2%→3.2%
KIEP는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 3.6→2.4%로 하향 조정



(세종=연합뉴스) 곽민서 박원희 기자 =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3%에서 1.8%로 하향 조정했다.
수출 증가세가 크게 감소하고 투자 부진도 계속되면서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경기 둔화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에너지·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의 파급 효과를 반영해 내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2%에서 3.2%로 올려 잡았다.

◇ 내년 성장률 전망치 1.8%…"잠재성장률 2% 하회"
KDI는 10일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경제 성장률을 1.8%로 예상했다.
이는 KDI가 지난 5월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2.3%에서 0.5%포인트(p) 하향 조정된 수치다.
최근 주요 기관들이 제시한 전망치 중에서는 한국금융연구원(1.7%)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1.8%),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1.9%) 등이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1%대로 전망한 바 있으며, 한국경제연구원도 세미나에서 성장률 전망치로 1.9%를 언급했다.
국제통화기금(IMF·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2%), 아시아개발은행(ADB·2.3%) 등 국제기구는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 초반대로 제시했다.
2%에 미치지 못하는 성장률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 때 2009년(0.8%),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5.1%), 2차 오일쇼크 때인 1980년(-1.6%) 등을 제외하고 기록한 적이 없다.
국책연구원의 1%대 전망은 한국경제가 맞이한 복합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5%, 2.1%로 제시한 바 있는데 향후 이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1%대 성장률의 의미에 대해 "경제성장률만 갖고 경기 국면을 판단하는 건 아니지만 잠재성장률이 대략 2% 내외라면 1.8%는 그보다 하회하는, 그래서 내년에는 '경기 둔화 국면이다' 이렇게 진단했다"라고 설명했다.
KDI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8%에서 2.7%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 세계 경제 둔화에 수출 1.6% 증가에 그쳐…투자 부진 지속
KDI는 한국 경제의 주요 버팀목인 총수출의 증가율이 내년에 1.6%(물량 기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 예상되는 수출 증가율(4.3%)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나 국가 간 인적 이동이 늘어나며 서비스 수출이 회복되지만, 세계 경기 둔화로 상품 수출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KDI는 내년 민간소비의 경우 3.1%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5월 제시한 전망치(3.9%)에서 0.8%p 낮췄다.
고물가에 따른 실질 구매력 저하와 시장금리 상승으로 올해 예상되는 증가율(4.7%)보다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경기 둔화와 대외 불확실성의 증가로 0.7%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투자는 주택시장 부진, 자금조달 여건 악화의 영향으로 내년 증가율을 0.2%로 제시했다.
경상수지는 올해(230억달러)보다 흑자 폭이 축소된 160억달러 흑자를 전망했다.
수출 둔화에도 국제유가 안정으로 교역조건이 개선되며 상품수지 흑자액(170억달러)이 올해(114억달러)보다 소폭 확대되지만, 해외여행 본격화 등으로 내년 서비스·본원·이전소득수지는 11억달러 적자를 보일 것으로 KDI는 예상했다.



◇ 내년 물가 상승률 2.2%→3.2%, 물가안정목표 상회
KDI는 내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2%로 예상했다. 지난 5월 전망치(2.2%)보다 1.0%p 올렸다.
KDI의 물가 전망치는 정부(3.0%)보다는 높고 IMF(3.8%), 한국은행(3.7%) 등보다는 낮은 수치다.
국제 유가가 안정되면서 내년 물가 상승률이 올해 전망치(5.1%)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KDI는 국제 유가가 두바이유 도입단가 기준 올해 배럴당 98달러에서 내년 84달러로 15%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KDI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여전히 한국은행이 물가안정목표로 내세운 2%를 상회한다.
정규철 실장은 "국제 유가를 하향 조정했는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향해 어긋나 보일 수 있지만, 에너지·곡물 가격이 생각했던 것보다 경제에 많이 파급되는 것으로 보여 그런 점을 반영했다"며 "(공급측 충격이) 장기화하면서 근원물가에도 많이 파급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KDI는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가 내년 3.3%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종전 전망치(2.4%)보다 높은 것으로 연간 소비자물가 전망치(3.2%)를 웃돈다.



◇ "세계 경기 위축시 경기 둔화 심화"…KIEP, 세계 경제 성장률 낮춰
KDI는 미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가 지속되고 중국 등 세계 경기가 크게 위축된다면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더욱 둔화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내년 세계 경제 성장세에 대한 눈높이는 낮아지고 있다.
이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6%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기준금리 급등에 민간 부채 등의 부담이 커지고 공급망 위기가 겹치면서 실물경제 침체로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앞서 IMF는 통화 긴축 기조와 중국의 경기침체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2.9%에서 2.7%로 낮췄다.
전 세계 경기 침체가 심화한다면, 한국의 수출과 제조업 등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변수다. KDI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악화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과 경기 둔화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ncounter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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