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경기 침체까지 반영해 선조정…바닥 지나 반등할 것"
"인플레 높아 하루 반등에 환호 금물"…내년 침체 후유증 경고도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배영경 채새롬 홍유담 기자 = 미국 물가의 정점 통과 기대감에 뉴욕과 국내 증시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추가 상승 기대감이 커졌다.
1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0.93포인트(3.37%) 오른 2,483.16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005930]가 4% 넘게 올랐고 SK하이닉스[000660]와 LG화학[051910], 삼성SDI, 셀트리온[068270] 등 대형주들이 2∼6% 넘게 올랐다. 대표 성장주로 급락하던 네이버(NAVER)[035420]와 카카오[035720]는 각각 9.94%, 15.55% 반등했다. 코스닥지수도 3.31% 오른 731.22로 마감했다.
이날 국내 증시 강세는 간밤 미국 뉴욕 증시가 물가의 정점 통과 기대감에 급등한 영향이 크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CPI)가 지난 9월(8.2%)은 물론 시장 전망치(7.9%)보다 낮은 7.7% 오른 것으로 드러나자 뉴욕 증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최고의 랠리를 펼쳤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201.43포인트(3.70%) 뛴 33,715.3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07.80포인트(5.54%) 폭등한 3,956.3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760.97포인트(7.35%) 폭등한 11,114.15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인플레이션이 꺾이기 시작했음을 시사하는 이번 발표에 뉴욕 시장에선 4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밟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해 다음 달에 인상폭을 0.50%포인트로 줄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증시 약세장을 유발한 세 가지 변수가 고물가, 강달러, 고금리인데 이달에 모두 꺾였다"며 "시장이 기록적 랠리를 보이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주식이 경기보다 먼저 조정을 받고서 바닥을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들어 경기가 고금리 여파로 내년에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증시는 이에 선행해 작년 하반기부터 먼저 조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 주변의 나쁜 상황은 지나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증시는 작년 하반기부터 지난 9월 말까지 경기 위축 전망을 반영하면서 조정국면을 지나 저점을 유의미하게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질은 인플레이션과 미국 금리 인상인데 미국 물가 지표가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기대를 갖게 한다는 점에서 주식은 바닥을 쳤을 가능성이 크다"며 "물가 상승률 둔화가 시장 반등 흐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정 팀장은 "다만, 연준이 물가 정점 통과를 근거로 시장 기대에 맞게 통화정책을 전환할지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지가 변수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물가 발표로 인플레이션 정점 통과라는 방향성 자체는 명확해졌다"며 "물가 오름폭이 아직 목표치(2%)와 괴리가 크지만, 물가와 고용 모두에서 긴축의 영향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어 연준 입장에서 정책금리를 연 5%를 넘는 높은 수준으로 금리를 올려야 할 우려는 다소 낮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준은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시장 내부에선 여전히 경계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오늘 하루 급등에 의미를 두거나 환호할 필요는 없다"며 "반등이 오래 지속되리라 보기는 어렵고 시각을 조금 더 길게 봐야 할 부분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경기 침체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 시장과 실물 경제 모두 불안 요소가 더 많다"며 "물가 안정은 실업률이 높아져 가계 소득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7% 물가 상승률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면 잘못된 것"이라며 "금리 인상은 내년 초까지 간다고 봐야 하며 인상 사이클이 끝나도 최소한 6개월 이상 동결되므로 실업과 기업파산 등의 위기 관련 경제적 이슈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국제콘퍼런스 개회사에서 "최근 인플레이션과 환율이 비교적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도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면서도 "긴축적 통화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물가안정 기조를 공고히 하고 인플레이션 수준을 낮추는 것은 여전히 한국은행의 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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