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장관, 우크라 외무장관 만나 입장 재확인…백악관 "우크라 압박 안 할 것"
나토 주재 미국대사 "언젠간 협상 나설 것"…우크라 주도 협상론에 '무게'
(이스탄불·워싱턴=연합뉴스) 조성흠 김동현 특파원 = 미국이 우크라이나가 어느 시점에는 러시아와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대화의 조건은 우크라이나가 정해야 한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협상하도록 압력을 가한다는 인식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확산하자 우크라이나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캄보디아 방문을 수행한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이날 프놈펜에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을 만났다.
양국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계속 성과를 거두는 상황에 대해 논의했으며, 블링컨 장관은 어떤 협상이든 그 시기와 내용은 우크라이나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이 성명을 통해 밝혔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핵심 기반시설에 대한 러시아의 계속된 공격의 효과를 완화하기 위해 인도적 지원과 동절기 대비 등 지원을 변함없이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전날 캄보디아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 없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그 어떤 것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게 미국 정부의 입장이라며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협상하도록) 압박하거나 지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합병한 것을 거론하면서 "러시아가 원하는 영토를 얼마든지 무력으로 뺏을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한 러시아를 신뢰할 수 있는 협상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서방 언론의 '우크라이나가 언제 협상할 것이냐'는 질문은 러시아가 침략 세력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협상하기로 할 경우 최대한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게 미국의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줄리앤 스미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미래 어느 시점에는 협상이 있을 것으로 희망한다"며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도 전쟁이 협상을 통해 끝나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고 타스 통신이 전했다.
그러면서도 스미스 대사는 "우리는 이 협상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권한이 되길 원한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국경 준수와 러시아의 행동에 대한 책임 추궁을 포함해 협상 테이블에 앉는 조건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접근법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대거 상실하는 등 수세에 몰린 러시아는 협상을 통한 종전 필요성을 연일 제기하는 한편 우크라이나가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대화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도록 물밑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겨울을 앞두고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서방에서 협상론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8일 이집트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 정상회의 화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의 영토 회복, 전쟁 피해 배상, 전쟁 범죄자 처벌과 재발 방지 약속 등을 평화 회담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퇴진하지 않는 한 러시아와 협상은 없다는 기존 입장과 달리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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