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미국물가 정점 통과 기대…한국 경제에도 훈풍 불까

입력 2022-11-13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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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미국물가 정점 통과 기대…한국 경제에도 훈풍 불까
예상보다 완화적 긴축 때 고환율·고금리·고물가 '약화' 기대
"고물가 지속에 금리 인상 경로 불확실…아직 침체 오지 않았다"



(세종=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지난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통과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한국 경제에도 훈풍이 불지 주목된다.
미국 물가 상승세의 둔화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상승 속도를 늦추거나 최종 금리 수준을 낮춘다면, 내수 위축과 수출 둔화라는 압력이 작아질 것이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미국 금리 인상 경로가 여전히 불확실하고 유럽 경제 침체 등 경기 하방 요인이 상존하다는 점에서 기존보다 장밋빛 전망은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나온다.

◇ "미국 경제 연착륙 기대"…한국 경기 둔화 압력 줄어들까
13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 Watch)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반영된 12월 미국 연준의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80.6%다.
빅 스텝 가능성은 지난 9일(현지시간) 50%대 후반에 머물렀으나 10월 미국 물가 발표 이후 더 올랐다.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통과해 미국 연준의 긴축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한 결과다.
지난달 미국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기준 7.7%로 지난 1월(7.5%) 이후 가장 낮았고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6.3%)도 전월(6.6%)보다 둔화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10월 물가 발표 이후 "(미국 경제의) 연착륙이 그럴듯해 보인다"라고 언급했다.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긴축의 강도가 예상보다 약해지면, 경기에 끼칠 악영향도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는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도 덜어주는 요인이다.
미국 연준의 고강도 긴축은 원/달러 환율을 치솟게 하는 주된 배경이었다. 원화 가치의 하락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소비자물가 상승에 기여한다.
시장의 기대처럼 미국 통화 긴축 속도가 조절돼 원화 가치가 오르면 국내 물가 상승 압력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물가 안정과 환율 방어를 이유로 기준금리를 올려왔던 한국은행 입장에서 미국의 긴축 강도 조절 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명분은 줄어든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따른 내수 위축 가능성이 작아지는 셈이다.
정책금리에 한발 앞서 시장금리가 낮아진다면 최근 불거진 자금시장 경색도 일정 부분 완화될 수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시장 금리가 조금씩 하락한다면 자금 시장 경색이나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서 생각보다는 고통이 좀 덜할 수 있다"라며 "그러면 내수경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의 연착륙은 글로벌 경기 약세를 완화해 한국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18.4원으로 전날보다 59.1원 급락했다.
코스피는 3.37% 오르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9.9bp(1bp=0.01%포인트)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은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를 빠르게 반영하는 모습이었다.



◇ "연준 금리 인상 경로 불확실…아직 진짜 침체 오지 않았다"
이번 물가 발표로 내년 어두운 경기 전망을 거두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통과한 게 맞더라도, 여전히 고물가인 탓에 금리 인상기가 끝났다고 말하기는 섣부르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미국 CPI 상승률(7.7%)은 연준의 목표치인 2%보다는 한참 높은 수준이다.
연준이 경기 침체를 각오하고 물가 안정에 나선 만큼 유의미하게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이상, 5%에 가까운 고금리는 지속되며 경기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주 실장은 "물가 상승률이 조금 둔화한 것을 보고 연준이 금리 인상 폭을 낮출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낸 도표)상 제시된 금리 수준이 아직 유효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연준 위원들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점도표를 통해 내년 말 금리 수준을 4.6%로 제시한 바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 외에 경기 하방 요인이 상존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유럽의 경기 침체 우려가 대표적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에너지 가격 급등이라는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난달 10.7%라는 기록적인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최근 '2022 가을 경제 전망'에서 "불확실성 증가,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압박, 가계 구매력 저하, 취약한 외부 환경, 긴축된 재정 여건으로 유로존 및 대부분 회원국이 올 마지막 분기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 등으로 경기 둔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악재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잠재성장률보다 아래인 1.8%로 내다보며 미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 중국의 경기 급락, 우크라이나 사태의 악화 등을 위험 요인으로 지적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언급된 위험 요인들이) 좋아질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았다"라며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조금 조절될 수는 있겠지만, 금리를 단기간에 내린다는 식의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미국의 통화 긴축이 진행될 것 같다"라며 "금리 인상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시차는 길면 4개 분기로, 높아진 금리 고점의 부담은 내년 하반기에 본격화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아직 진짜로 높아지는 금리의 부담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라며 "유로존과 미국 경기가 어려워진 다음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 부담이 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encounter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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