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2차 밀접 접촉자'에 대한 추적 조사 중단 지침을 밝혔지만, 감염자 폭증 속에 지방 관리들은 불안해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3일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지난 11일 발표한 방역 관련 20개 새로운 지침에는 지방 정부들에 코로나19 감염자의 밀접 접촉자의 밀접 접촉자, 즉 2차 밀접 접촉자에 대한 조사를 더 이상 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12일 신규 감염자가 1만1천950명을 기록하는 등 지난 4월 말 이후 최다 감염자가 발생하는 가운데 위중증을 중심으로 의료, 방호 인력을 집중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갈수록 전염력이 강해지는 새로운 변이의 출현 속에서 그러한 2차 밀접 접촉자의 추적 감시 정책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은 여전히 고수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일부 관리들은 정부의 새로운 지침을 따랐다가 감염이 확산할 경우 결국 자신들이 책임을 지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신규 감염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광둥성 광저우는 중앙 정부의 20개 지침이 발표되자 곧바로 이를 환영하며 따르겠다고 밝혔다.
광저우 보건 당국 대변인은 중국중앙TV(CCTV)에 "2차 밀접 접촉자를 추적하는 데는 많은 자원이 소비된다"며 "(1차) 밀접 접촉자로만 한정하는 것은 (조사를) 더욱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의 한 보건 관리는 SCMP에 "지방 보건 관리들은 방역 정책 완화 후 감염자가 늘어나면 책임을 져야 할까 봐 우려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리는 "우리는 2차 밀접 접촉자를 뺀 채 중앙 정부의 정책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중앙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결국 현재의 감염을 통제해야 하는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이는 우리가 더 빨리 밀접 접촉자를 가려내고 격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발표한 20개의 새로운 방역 지침은 과학적이고 정밀한 방역을 내세운다. '제로 코로나' 원칙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일부 과도한 방역과 규제를 완화한 모양새다.
특히 형식주의와 관료주의에 반대하고, 상부의 지침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강하게 집행되는 관행과 융통성 없는 천편일률적 방역 지침 적용을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봉쇄된 지역에서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묻지마 방역'에 대한 불만이 고조된 것에 대한 당국의 대응으로 풀이된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지난 11일에는 봉쇄된 선전대에서 직원이 추락사했다. 학교 측은 해당 직원이 식당에서 일하고 있으며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누리꾼과 학생들은 코로나19로 학교가 봉쇄되면서 직원들은 한 달 동안 귀가하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생활했지만 학교 측은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10일에는 베이징 차오양구에서는 한 노인이 심장 발작을 일으켜 구급차가 도착했으나 노인이 방호복을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몇 시간 동안 병원 이송을 하지 않아 결국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충칭에서는 현지 당국이 통제를 강화하자 주민들이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를 통해 이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이것이 화제가 되자 곧 검열됐다고 명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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