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수집가, 보험금 청구 소송…보험사 "전문가도 훼손된 부분 못찾아"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미국의 개인 수집가가 앤디 워홀과 사이 톰블리 등 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이 훼손됐다면서 4억1천만 달러(약 5천400억 원)의 보험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재시간) 4년 전 작품들을 보관했던 저택에서 화재 사고를 겪은 억만장자 사업가인 로널드 페럴먼이 보험사들을 상대로 이 같은 액수를 요구하는 소송을 뉴욕주 맨해튼지방법원에 냈다고 보도했다.
보험금 청구대상이 된 작품은 워홀과 에드 루샤의 작품 각각 2점과 톰블리의 작품 1점 등 모두 5점이다.
이번 소송이 화제가 된 이유는 시각적으로 이 작품들에서 화재의 피해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택에 화재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작품들이 직접적으로 불이나 습기에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럴먼은 "작품들에서 깊이와 광채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페럴먼은 1950년대 이후 미국 회화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톰블리의 작품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톰블리가 캔버스 위에 왁스 크레용으로 그려놓은 여러 겹의 소용돌이 모양에서 각 선의 뚜렷함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페럴먼은 "작품이 매력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페럴먼은 소장에서 화재 당시 저택의 열기와 연기, 화재 진압과정에서 퍼진 수증기와 화학제품, 극단적인 환경변화가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작품의 노화와 분자 단위의 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보험사들은 페럴먼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작품들이 미술관급으로 관리·보호되고 있었기 때문에 화재 진압 과정에서 수증기나 재가 작품에 침투할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사 측 전문가는 문제가 된 작품들에서 열기에 의한 피해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견해를 내놨다.
원고가 주장하는 작품의 문제점은 화재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보험사는 페럴먼이 화재가 발생한 지 2년이나 지난 2020년이 돼서야 작품 훼손을 주장하면서 보험금을 청구한 것이 수상하다는 주장을 폈다.
페럴먼이 화재를 이유로 대고 가외 수입을 올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NYT는 보험사의 의심에도 이유가 있다고 전했다. 작품 훼손을 이유로 거액의 보험금을 청구한 뒤 천문학적인 액수에 작품을 매각하는 데 성공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카지노 재벌인 스티브 윈은 지난 2006년 소장품 중 하나인 파블로 피카소의 유화 '꿈'에 실수로 동전 크기 정도의 구멍을 낸 뒤 5천400만 달러(약 710억 원)의 보험금을 청구했다.
작품을 수복한 윈은 2013년 1억5천500만 달러(약 2천억 원)를 받고 피카소 작품을 매각했다.
kom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