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경기 침체 우려로 대규모 감원 바람이 불고 있는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사무 공간 축소에도 나섰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플랫폼과 차량공유 업체 리프트, 소프트웨어 회사 세일즈포스 등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와 뉴욕, 텍사스 등지에서 사무 공간을 줄이고 있다.
세일즈포스는 샌프란시스코 43층 건물에서 점유하고 있던 사무공간 중 3분의 1가량을 줄일 방침이며, 메타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입주하기로 한 신축 빌딩 사무 공간을 재임대하려 하고 있다.
기존에 빌린 사무실을 다시 임대 물건으로 내놓는 재임대 시장에서는 구체적인 수치로도 빅테크 기업의 사무공간 축소 추이가 감지된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업체인 CBRE에 따르면 테크 기업들이 재임대 시장에 내놓은 사무공간은 약 3천만 평방피트(278만㎡)로 2019년 4분기 때의 3배를 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이런 기류 변화는 사무용 부동산 시장에 그야말로 충격이다.
부동산업 정보 업체인 코스타 통계로 미국의 사무실 공실률은 이미 12.5%로,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공실률은 코로나19 전인 2019년에만 해도 9.6%였다.
더욱이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로 대부분 기업이 사무 공간을 줄이던 시기에도 적잖은 빅테크 기업들은 고용을 늘리며 최고급 빌딩 내 사무실을 유지해 이들의 사무용 부동산 시장 비중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실제 CBRE가 지난해 미국내 사무실 임대 활동을 업종별로 분류한 결과를 보면 테크 기업들의 비중이 20.5%로 금융 기업(16%) 등을 따돌리고 가장 높았다.
아마존이 2020년 뉴욕시 맨해튼에 있는 옛 로드앤드테일러 백화점 건물을 9억7천800만달러(약 1조3천억원)에 사들이는 등 일부 빅테크 기업은 직접 상업용 부동산을 매수하기도 했다.
결국 빅테크 기업의 사무공간 축소는 미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WSJ는 사무용 빌딩에 지원된 부채는 1조2천억달러에 달한다면서 은행에서 돈을 빌려 빌딩을 지은 땅 주인들이 높은 금리에 채무불이 행 상태에 빠지면 금융 시스템에도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트위터, 메타, 스트라이프, 세일즈포스, 리프트 등 테크기업들이 최근 두자릿수 비율의 감원에 나서면서 수만명이 실업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올해 직장에서 쫓겨난 테크 기업 종사자 수는 총 12만명을 넘어서게 됐다고 테크 기업 감원을 추적하는 사이트(Layoffs.fyi)의 수치도 인용했다.
한국인이지만 올해 미국 대학을 졸업하고 현지 업체인 리프트에 취업해 수개월 일하던 도중 해고 통지서를 받은 세라 조(23)는 비자 문제 때문에 상황이 더 어렵다면서 "구할 수 있는 자리가 매우 적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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