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中 '전쟁' 단어 반대는 우크라 관련 양편 모두에 서려는 것"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중국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종료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으로 규정하는 데 반대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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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G20 회원국들은 "대부분의 회원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서를 채택했다.
전쟁을 규탄하지만 전원 일치된 의견은 아니라는 것이다. 성명서에도 "이와 관련한 다른 의견도 있다"는 표현이 담겼다.
협상 대표들에 따르면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공동성명 협상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가능한 한 가장 강력한 용어로 비난하려는 미국과 우방국들의 노력에 맞서 '전쟁'(war)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군사작전'이라고 부르고 중국은 '위기'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선호했지만,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전쟁'이라고 부르기 위해 밀어붙였다고 전했다.
WP는 개발도상국들이 주요 7개국(G7)과 중국-러시아 동맹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면서 최종 공동성명 내용을 조율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전쟁'이라는 단어를 반대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서방과 러시아 양쪽 편 모두에 서려는 중국의 시도를 보여준다고 WP는 지적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엔 합법적인 안보 우려가 있다'라거나 이 전쟁의 '궁극적 범인'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라고 주장하다가도 때로는 러시아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는 등 외교적 줄타기를 계속해 왔다.
공동성명 협상에서 중국은 G20이 안보 문제를 논의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협의체라고 주장했으나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 세계 경제, 특히 에너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중국 외교부가 공동성명 협상 과정에서의 중국 입장에 관한 질문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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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3년여의 국내 은둔을 마치고 국제무대에 복귀한 이번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미국과 그 우방국들과의 긴장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중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계속 지지해 G20 대부분과 여전히 불편한 관계에 있고, 이는 시 주석이 서방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러시아와의 전략적 파트너십까지 희생하려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WP는 분석했다.
시 주석은 최근 서방국가 정상들과의 회담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놓고 줄타기 외교를 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 주석은 지난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서의 핵무기 위협이나 사용에 반대한다고 밝혔고, 이를 두고 유럽에선 그가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는 러시아에 인내심을 잃어간다는 징후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공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 기록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핵무기 반대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정부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시 주석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는 러시아의 선택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고 발표했으나 중국은 "시 주석이 휴전과 전투 중단, 평화회담을 지지한다"고만 밝혀 온도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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