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반대집회에 대응할 대규모 맞불 행사 예고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2024년 총선(대선과 함께 치러짐)을 앞두고 의석수 감축과 정당 분배예산 축소 등을 골자로 한 선거제도 개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멕시코 대통령이 대규모 집회 개최를 예고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대통령궁에서 연 정례 기자회견에서 "오는 27일 멕시코시티 한복판에서 (선거제도 개편 찬성) 시민들의 행진이 있을 것"이라며 "내가 기꺼이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행진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너무 더울 때 모여서는 안 된다"는 부연까지 곁들인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레포르마 대로 독립기념탑(천사탑)에서부터 대통령궁 앞 소칼로 광장(12만 5천명 수용 규모)까지 행진을 이끌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대규모로 조직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집회는 지난 13일 있었던 선거제도 개편 반대 집회에 대응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앞서 멕시코시티를 비롯한 전국 50여곳에서는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선거관리위원회는 건들지 말아라"는 구호를 외치며 야권이 시위를 벌였다. 당시 시위대 역시 천사탑에서 소칼로 광장까지 행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소수 보수주의자의 정치적 스트립쇼'라고 힐난하기도 했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행진 후 지난 4년간의 정부 주요 성과 보고서를 내놓을 것"이라며 "국민들이 변화에 만족하는지, 우리가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멕시코 하원은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제안에 따라 발의된 선거제도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비례대표제를 폐지해 의원 수를 대폭 줄이는 게 핵심이다. 개정안대로라면 상원은 128석에서 96석으로, 하원은 500석에서 300석으로 각각 줄어든다.
또 정당의 공적자금 조달 규모 삭감, 하원에서의 결정이 아닌 국민투표로 선거재판소 판사 등 선출, 전자투표제 도입 등도 담았다.
그러나 국민행동당(PAN)과 민주혁명당(PRD)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여당(국가재건운동)과 그 연합 세력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며반발하고 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개헌을 통해 선거제도를 바꾸는 게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좀 더 적은 의원의 찬성으로도 통과할 수 있는 법령·시행령 개정을 통해 (제도 개선)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른바 '플랜 B'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