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잿값에 납품단가 연동' 법으로 규정…당사자 합의 땐 예외

입력 2022-11-17 11:10  

'원자잿값에 납품단가 연동' 법으로 규정…당사자 합의 땐 예외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 하도급법 개정안 정부·여당안 대표 발의
"하청업체 안 원해도 의무화는 과도" vs "제도 유명무실화할 수도"



(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정부와 여당이 중소기업 부담을 덜기 위해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납품단가도 올리는 방식의 연동제를 법으로 규정하되, 당사자가 합의하면 연동제를 도입하지 않는 것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예외 조항을 두지 않은 납품단가 연동제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한 상황이어서 입법 과정에서 치열한 주도권 싸움이 예상된다.
17일 국회 등에 따르면 정무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윤한홍 의원은 전날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하도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지난 9일 민·당·정 협의회에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겠다고 한 것의 후속 조치다.
이 법안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중소벤처기업부, 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당정 간 협의 사항을 반영해 마련한 정부안이기도 하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4일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하는 내용으로 하도급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법률안을 구체적으로 보면 하도급대금을 연동할 물품과 주요 원재료명, 조정 주기, 원재료 가격 지표, 연동 산식 등을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자율적으로 협의해 서면에 기재하도록 했다.
연동 대상 원재료는 비용이 하도급대금의 10% 이상인 것 중에 협의로 정하고, 계약 당사자가 10% 이내로 정한 비율 이상으로 원재료 가격이 변하면 이에 연동해 하도급대금을 조정한다.
단 원사업자가 소기업이거나, 거래 기간이 대통령령으로 정한 90일 이내일 때, 하도급대금이 대통령령으로 정한 1억원 이하 금액일 때,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을 연동하지 않기로 상호 합의했을 때는 연동에 관한 사항을 서면에 기재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했다.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의무화하되 예외 사유를 폭넓게 부여한 것이다.
다만 상호 합의로 연동제를 도입하지 않는 경우 그 취지와 사유를 서면에 명시하도록 했다.
또 원사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거나 거짓 또는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하도급대금 연동을 피하려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별도로 뒀다.
공정위가 연동제 확산을 위해 우수기업을 선정하고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담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수급사업자가 원하지 않는 데도 납품단가를 연동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며 "원재료 조달에 관한 경쟁력을 사업 기회로 삼으려는 수급 사업자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제 전문가들은 납품단가 연동제를 의무화하면 원사업자가 가격 변동 위험을 분담하는 대가로 과도한 단가 인하를 요구하거나, 하청에 맡기던 일까지 직접 해 수급사업자 일감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상호 합의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면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애초에 중소기업 업계가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요구한 것은 '을'인 수급사업자가 '갑'인 원사업자에게 납품단가 조정 협의를 요구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법으로 의무화해달라는 취지였기 때문이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이 지난 8일 당론으로 발의한 법안은 납품단가 연동 대상 원재료·요건·주기·산식 등을 담은 하도급대금 연동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예외 조항은 별도로 두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장이 시행령에 근거해 연동계약서를 고시하도록 하고, 법 위반 시 시정조치와 벌금(하도급 대금의 2배 이하)을 물릴 수 있도록 한 점도 정부·여당 안과 다르다.
정부·여당 안은 법 위반 시 시정조치와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법 시행 유예기간도 정부·여당 안은 1년, 민주당 안은 3개월이다.
법이 시행될 때쯤에는 치솟았던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면서 하락분부터 연동 계약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momen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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