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전략경쟁 전략 투영…美디커플링 반대하며 개도국 결집 시도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글로벌 다자 외교무대 복귀전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강조한 키워드는 '공급망'과 '일대일로(一帶一路)'로 요약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외국 방문을 장기간 중단하고, 외빈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말고는 만나지 않던 시 주석은 지난 9월 중앙아시아 순방을 통해 약 32개월 만에 외국 방문을 재개했다.
하지만 중앙아 방문은 러시아를 포함한 우호국이 대부분인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것으로, 국지적 외교 무대 참가였다고 할 수 있다.
시 주석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다자회의에 참석한 것은 코로나19 발발 이후 이번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가 처음이다. 특히 집권 3기 외교 구상을 국제사회에 밝히는 무대로서의 의미도 있었다.
시 주석은 15일 G20 정상회의 연설과 14∼16일 진행한 한미 등 11개국(미국·프랑스·네덜란드·남아프리카공화국·호주·한국·세네갈·아르헨티나·스페인·인도네시아·이탈리아)과의 양자 정상회담 과정에서 글로벌 이슈로 공급망 안정을, 자국 어젠다로 일대일로를 특히 강조했다.
공급망 문제와 관련 시 주석은 15일 G20 회의 연설을 통해 "현재 위기의 근원은 생산과 수요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망에 문제가 생겨 국제 협력이 방해받고 있다는 점"이라며 공급망 원활화를 통한 시장 가격 안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1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대면 정상회담에서는 "무역전쟁이나 기술전쟁을 일으키고 벽을 쌓고 디커플링(탈동조화)과 공급망 단절을 추진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고 국제무역 규칙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15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양국이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전과 안정, 원활한 흐름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며 "경제 협력을 정치화하고 범 안보화(안보와 경제를 자의적으로 연계)하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네덜란드와의 정상회담에서 "이 세계는 한 몸이며 각국은 '디커플링'을 추구하기보다는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밝힌 뒤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을 반대해야 하고 글로벌 산업망, 공급망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양측은 쌍방향 무역과 투자를 확대하고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정적이고 원활한 흐름을 유지하며 국제 경제·무역 규칙과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미국, 네덜란드와 유럽의 핵심국 프랑스를 상대로 미국발 대중국 공급망 디커플링에 반대하는 동시에, 동참하지 말 것을 촉구한 것이다.
미중 전략경쟁의 핵심적 영역인 '기술 경쟁'의 성패를 좌우할 반도체 공급망에서 고립되지 않기 위해 중국이 사력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시 주석은 또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인 '일대일로'와 관련해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의 회담 때 "일대일로 구상과 '남아프리카 경제 재건 및 회복 계획'의 연계를 강화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라마포사 대통령은 "남아공은 중국의 녹색 발전과 에너지 전환 경험을 참고해 '일대일로' 공동 건설에 적극 참여하고 중국 기업의 남아공 투자와 협력을 환영할 것"이라며 호응했다.
또 시 주석은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고품질의 '일대일로' 협력을 가속화하길 원한다"고 했고, 페르난데스 대통령도 "일대일로 건설을 추진하며 양국 운명공동체를 건설하기를 원한다"며 화답했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은 조코위 인니 대통령과 만났을 때도 "중국은 일대일로와 인도네시아와 '글로벌 해양 거점'구상의 연계를 지속 심화하길 원한다"고 밝히고, 중국 자본과 기술로 인도네시아에 건설 중인 자카르타∼반둥 고속철 사업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두 정상은 '일대일로' 공동건설 협력 계획을 담은 공동 문서도 체결했다.
결국 시 주석은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있는 개발도상국 정상들에게 미국 등 서방의 견제 속에서도 일대일로 추진에 계속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해준 셈이다.
여기에는 일대일로를 매개로 개도국 그룹의 리더이자 대변자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포위망을 돌파하겠다는 전략이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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