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에서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조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가 촉발한 재난의 피해자인 개발도상국들은 그동안의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을 길이 열렸다.
올해 파키스탄은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대홍수로 1천700여 명이 목숨을 잃고 수십조 원의 물적 피해를 보았다. 수재민은 전체 인구의 약 15%인 3천300만 명에 이른다.
또 올해는 중국, 아프리카, 미국 서부 등에 전례 없이 가뭄이 닥쳐 큰 피해가 발생했다.
그 밖에도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물에 잠기거나 해안의 농지 등이 침수 피해를 보기도 하는데 이처럼 기후재앙으로 인해 발생한 일련의 피해를 '손실과 피해'라고 부른다.
손실과 피해에 대한 보상은 산업혁명 이후 100여 년간 화석연료를 이용해 산업을 발전시켜온 선진국들이 온난화에 지분이 적은 개발도상국의 기후 적응을 돕기 위해 지원해온 기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동안 개도국들은 보상을 위한 기금을 별도로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반면, 선진국들은 기후 적응 문제에 묶어 해결하자는 입장이었다.
선진국이 온난화의 주요 유발자로서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데다 보상 액수도 천문학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기금 조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지만, 어떤 종류의 피해를 보상 대상에 포함할지 또 언제부터 발생한 피해를 보상 대상으로 할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지난 6월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55개국은 지난 20년간 발생한 기후 재앙으로 인한 피해액을 5천250억달러(약 705조원)로 추정한다. 일부 조사에서는 그 액수가 2030년까지 5천800억달러(약 778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계산도 있다.
또 누가 손실과 보상을 위한 재원의 부담을 질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동안 기후 위기에 취약한 국가들과 기후 활동가들은 수백 년간 화석연료를 사용해온 선진국이 보상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후 위기 피해에 대한 무한 책임을 우려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그동안 이런 논리에 저항해왔다.
다만, EU는 이번 총회 기간 중 내놓은 중재안을 통해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크고 경제 규모도 큰 중국 등도 손실과 피해 보상금 공여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덴마크, 벨기에, 독일, 스코틀랜드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손실과 피해'에 대한 보상을 지지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이미 소액의 부담금을 내겠다고 밝혔다.
유엔과 국제 개발 은행 등의 자금 조달 시스템을 이용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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