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마르코스 만나 '동맹 관계' 강조…원자로 수출도 논의할 듯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필리핀과의 관계 증진을 위해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는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현지를 전격 방문해 양국 간 동맹 강화에 나섰다.
21일 AFP통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필리핀 대통령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만나 양국의 관계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군이나 선박 또는 비행기가 공격을 받으면 미국은 상호방위 조약에 따라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결정에 따라 필리핀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마르코스는 "필리핀에 미국이 포함되지 않은 미래는 없다"고 화답했다.
해리스는 지난 6월 30일 마르코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필리핀을 방문한 미국 정부의 최고위급 인사다.
이날 해리스는 마르코스 대통령 외에도 자신의 파트너 격인 사라 두테르데 부통령과도 만나 환담을 나눴다.
다음날에는 남중국해상의 서부 팔라완섬을 방문해 현지 주민들을 비롯해 해안경비대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팔라완섬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며 군 기지를 구축한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중국명 난사<南沙>·베트남명 쯔엉사·필리핀명 칼라얀) 군도에 인접해있다.
중국은 스프래틀리 군도의 일부 지역에 인공섬을 만들어 군용 활주로와 항구를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필리핀은 이에 맞서 웨스트요크(West York), 난산(Nanshan), 노스이스트 케이(Northeast Cay) 등 해당 구역의 섬 3곳에 군 기지를 구축하는 작업을 지난 5월에 완료했다.
이와 함께 해리스는 방문 기간에 미국산 원자로의 현지 수출을 위해 민간 차원의 원전 협력 확대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은 동남아의 군사·경제적 요충지로 미·중 양강이 영향력 확대를 위해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미국과 필리핀은 1951년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이어 2014년에는 인도주의적 목적이나 해상안보를 위해 미군 항공기 및 군함을 현지 기지 5곳에 배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방위력협력확대협정(EDCA)을 체결했다.
미국은 현행 EDCA를 개정해 자국 군대가 이용할 수 있는 기지수를 늘리려 시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중국해는 중국과 필리핀 외에도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대만, 베트남 등 주변 국가들이 각각 영유권을 주장하는 곳이다.
지난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PCA)는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어 90%가 자국 영해라고 고집하는 중국의 주장을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날에도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과 중국 함정 간에 충돌이 빚어졌다.
필리핀 해군 서부사령부의 알베르토 카를로스 제독은 티투섬(중국명 중예다오·필리핀명 파가사)에서 730m 떨어진 해상에서 부유물을 발견해 견인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중국 해안경비대 함정이 진로를 막아섰다고 밝혔다.
이어 고무보트를 보내 견인줄을 끊어버리고 부유물을 함정에 실은 뒤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해당 부유물은 최근 중국이 발사한 로켓의 잔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부는 자국에서 발사한 로켓의 일부가 맞다고 시인하면서도 이를 강제로 탈취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필리핀이 점령하고 있는 티투섬은 스프래틀리 군도에 인접했으며 남중국해상에서 군사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곳에 위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필리핀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관계 당국의 상세 보고를 토대로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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