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F-15 전투기 구매 협상…중국과는 군사 훈련 재개하기로
"중립 노선,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지역 전반에도 이익"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동남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는 인도네시아가 양국 국방부 장관과 연속 회담을 하고 군사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는 국제 관계에서 중립 노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방 안보 면에서는 미국에 다소 쏠려있는 상태다. 중국의 부상으로 남중국해에서의 안보 위협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과 만나기 전 중국과 먼저 만나 방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미국 쏠림 현상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이다.
22일 자카르타 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은 전날 자카르타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만나 양국의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139억 달러 규모의 미국의 F-15 전투기 구매를 놓고 협의를 이어갔다. 현재 미국은 인도네시아에 F-15 전투기 판매를 승인한 상태이며 인도네시아 정부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다.
오스틴 장관은 "우리는 인도네시아의 국방 체계와 능력을 현대화하려는 노력을 지지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지원하길 원한다"라며 "양국은 인도 태평양에 대한 공통된 비전을 진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프라보워 장관도 "양국이 수년간 국방 협력을 함께 했다는 것은 매우 만족스러운 점"이라며 이번 회담에서 양국의 우의를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인도네시아는 미국,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는 강대국들과 최상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라며 중립적인 입장을 강조했다.
앞서 프라보워 장관은 지난 18일 중국 시안에서 웨이펑허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과 만나 양국이 안보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웨이펑허 부장은 성명을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복잡한 도전에 직면해 있어 양국은 지역 안보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됐던 양국 간 군사 훈련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가루다 훈련이라는 대규모 연합 군사 훈련을 통해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과도 별도의 합동 군사 훈련을 재개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피트리아니 박사는 "인도네시아의 이 같은 중립적 외교 접근법이 협상력을 높여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지역 전반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aecor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