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포르도 핵시설 개량형 원심분리기로 60% 우라늄 농축(종합)

입력 2022-11-23 04:18   수정 2022-11-23 09:33

이란, 포르도 핵시설 개량형 원심분리기로 60% 우라늄 농축(종합)
서방과의 핵합의상 금지된 시설·장비…"IAEA 미신고 핵물질 결의안에 보복대응"
IAEA도 관련 사실 확인…영·독·프 "정당화할 근거 없어" 비판



(테헤란·제네바=연합뉴스) 이승민 안희 특파원 = 이란이 자국 내 미신고 핵물질 관련 조사를 촉구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결의안 채택에 반발해 고농도 우라늄 농축 수준을 더욱 높였다.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22일(현지시간) 포르도 지하 핵시설에서 개량형 원심분리기인 'IR-6'를 이용한 농도 60% 농축 우라늄 생산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2015년 서방과 맺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상 사용이 금지된 IR-6는 합의에서 허용한 원심분리기 초기모델인 IR-1보다 농축 속도가 10배 정도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핵합의에 따르면 포르도 농축시설에서는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없다. 핵합의에서 허용한 우라늄 농축시설은 나탄즈로 제한됐다.
이란 원자력청(AEOI)은 IAEA에 서한을 보내고 이 같은 사실을 통보하면서 "IAEA 이사회 결의안 채택에 대한 단호한 대처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IAEA 이사회는 지난 17일 이란 내 미신고 장소 3곳에 대한 핵물질 조사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문제의 지역은 투르쿠자바드, 마리반, 바라민으로 알려졌으며, 이곳은 과거 이스라엘이 이란의 비밀 핵 활동 장소로 지목한 곳이기도 하다.



이란은 이들 장소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서방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해 왔다.
나세르 칸아니 외무부 대변인은 21일 기자회견에서 "결의는 미국과 유럽 3국(영국·프랑스·독일)에 의해 주도된 것이며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완전히 평화 목적"이라면서 "근거 없는 의혹에 대해 이란은 강력한 보복 조치를 시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나탄즈 핵시설에서 이미 이뤄지고 있는 60% 농축 우라늄 생산 속도도 더욱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지난해부터 나탄즈 핵시설 등지에서 개량형 원심분리기(IR-4·IR-2m)를 가동해 순도 60% 우라늄 생산해 왔다.
이란 핵합의는 미국과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 독일 등 6개국이 2015년 이란과 체결한 합의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 노력을 중단하는 대가로 대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란은 이에 맞서 IAEA 사찰을 제한하고 우라늄 농축 농도를 높여왔다.
핵협상에서 미신고 장소 핵물질 문제는 핵심 쟁점이었다.
이란은 IAEA가 이들 지역에 대한 조사를 철회해야 핵합의 복원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날 IAEA는 이란이 JCPOA를 어긴 채 우라늄 농축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IAEA는 성명을 통해 "이란이 자국 포르도 지하 핵시설에서 최대 60% 순도까지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이 포르도 핵시설에서 다수의 IR-6 원심분리기로 구성한 캐스케이드(연속 농축을 위해 원심분리기 다수를 연결한 설비)를 통해 육불화우라늄(UF6) 생산을 시작했다고 IAEA는 설명했다. 이란 측의 발표 내용과 사실상 동일하다.
핵합의에 참여했던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서방 3개국은 IAEA의 공식 확인이 나오자 이란의 핵 프로그램 운영을 비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3개국은 공동 성명을 통해 "이란의 조치는 전 세계적인 핵 비확산 체제에 대한 도전"이라며 "상당한 핵 확산 위험을 수반하는 이런 상황은 정당화할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logos@yna.co.kr, prayer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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