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통안채 투자비중 50%대로 감소…은행채는 30%대로 늘리며 '다변화'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홍유담 기자 = 국내 채권시장에서 국고채와 통안채 위주로만 투자해온 외국인이 올해는 은행채를 비롯해 여전채·회사채에까지 지갑을 열며 원화채 투자 대상을 다변화해 눈길을 끈다.
23일 KB증권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채 잔고는 연초 대비 지난 20일 기준 14조4천640억원 증가했다.
올해 늘어난 잔고 중 외국인이 국내 채권시장에서 주로 투자해온 국고채와 통안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57%(8조2천6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늘어난 잔고에서 국고채와 통안채가 차지했던 비중인 82%와 비교할 때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반면 올해 잔고 증가분에서 은행채가 차지한 비중은 33%(4조7천410억원)로 집계돼 지난해의 17%보다 높아졌다.
또 작년에는 거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던 회사채·여전채의 투자 비중도 올해는 3%(4천58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올해 잔고 증가분 자체는 지난해 같은 기간(60조240억원)보다 감소했지만 투자 대상 측면에서는 국고채·통안채에만 쏠리지 않고 다변화한 셈이다.
증권가는 외국인들이 올해 은행채 중에서도 주로 산업·기업·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발행한 특수은행채를 주로 매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애초 외국인들이 국고채와 통안채 중심으로 원화채를 투자했던 건 각각 정부와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인 만큼 신용도가 높고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에 준하는 높은 신용도를 갖춘 은행채의 금리가 올해 크게 오르며 가격 메리트까지 생기자 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은행은 정부 신용등급과 거의 유사하고 최악의 상황에도 정부가 보증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며 "수익률 측면에서는 국고채보다 은행채가 좋은데 리스크는 큰 차이가 없으니 매수에 나선 것"으로 설명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도 "은행채의 경우 신용도 면에서는 매우 안전한데 금리까지 높아지니 '이런 금리를 나중에 또 볼 수 있겠느냐'라는 생각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이 세계 3대 채권지수 가운데 하나인 세계국채지수(WGBI)에 관찰대상국(Watch List)으로 이름을 올린 점도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 원화채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 관계자들은 외국인이 국고채와 통안채 외의 원화채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016610] 연구원은 "외국인이 한국 국책은행을 비롯한 산하 공공기관의 리스크를 정부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고 이들이 발행하는 채권을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라며 "더 나아가 외국인이 한국전력[015760] 등 다른 공사채도 매입한다면 수급 상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임재균 연구원도 "현재 크레딧 시장의 경색 문제는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나빠서가 아니라 채권을 살 주체가 없다는 데서 비롯되는데, 외국인이 원화채 투자 대상을 다양화하면 신규 자금이 들어온다는 측면에서 좋은 일"로 해석했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외국인의 자금 유입이 좋을 수 있지만 향후 외국인의 자금이 한꺼번에 유출되는 상황이 생기면 채권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리스크도 있다"고 우려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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