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러시아 카드 결제 시스템 '미르'가 미국의 제재 위협으로 사실상 마비됐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동안 비자나 마스터카드를 대체하기 위해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미르 카드 시스템을 사용해오던 9개국 가운데 6개국의 은행들이 지난 9월 미 재무부의 '세컨더리 제재'(2차 제재) 경고 이후 2개월 만에 카드 사용을 포기했다.
미 재무부 경고 이후 곧바로 튀르키예(터키)의 이스방크 등 2개 민간은행이 미르 시스템 사용을 중단했고, 뒤이어 할크방크, 지라트방크, 바키플라방크 등 3개 국영 은행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후 옛 소련권인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의 은행들도 미르 시스템에서 탈퇴했고, 베트남의 2개 금융기관 가운데 한 곳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러시아 중앙은행 관리들은 러시아에 가장 가까운 동맹국 일부마저 미르 시스템을 포기한 데 충격을 받고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르는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한 후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게 되자 서방 진영의 비자나 마스터카드 등을 대체하려고 개발한 자체 카드 결제 시스템이다.
미르 카드는 그동안 터키, 베트남, 벨라루스, 아르메니아와 중앙아 국가 등 9개국에서 사용이 가능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 9월 16일 러시아 밖의 지역에서 미르 카드 사용 확장 노력을 지원하는 단체에 2차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르 카드 문제는 해외여행을 원하는 러시아인들의 선택지가 어떻게 좁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사례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불과 몇 달 전인 지난 6월에만 해도 올가 스코로보가토바 러시아 중앙은행 제1부총재는 "미르를 받아들이는 국가 대열이 커질 것"이라면서 "러시아 관광객들이 비자와 마스터카드 없이도 여행 중 미르 카드로 결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