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성 자산 15조원…건설 대표이사 교체로 시장 우려 진화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레고랜드 사태로 불거진 롯데건설의 유동성 악화 문제가 그룹 전반에 대한 우려로 번지려 하자 롯데그룹이 발 빠르게 위기설 대응에 나서고 있다.
롯데건설의 위기 해소를 위해 계열사들이 전방위 지원에 나서면서 그룹의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롯데는 현금성 자산이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또 내달로 밀린 그룹 인사 전에 건설 대표이사만 먼저 교체하고 신동빈 회장이 사재까지 투입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 계열사에서 잇단 수혈…건설 주주인 케미칼에도 목돈 필요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달 18일부터 최근까지 그룹의 주요 계열사와 금융사 등에서 총 1조4천500억원을 수혈했다.
우선 유상증자를 통해 롯데케미칼[011170]과 호텔롯데 등으로부터 2천억원을 조달했다.
롯데건설은 또 롯데케미칼에서 5천억원, 롯데정밀화학[004000]에서 3천억원, 롯데홈쇼핑에서 1천억원을 빌렸다.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에서도 3천500억원을 차입했는데 여기에는 롯데물산이 자금 보충 약정을 맺었다.
건설이 돈을 갚지 못하면 물산에서 부족한 자금을 보충해주겠다는 약속이다.
롯데건설 살리기에 이처럼 그룹 계열사가 나선 것은 금융시장에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만기 연장과 차환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는 비상장사인 롯데건설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그러나 잇따른 자금 수혈은 시장에서 그룹 전반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롯데건설에 6천억원 가량을 지원한 롯데케미칼은 이후 총 1조1천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롯데케미칼도 일진머티리얼즈[020150] 인수에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상증자로 확보한 금액 중 5천억원은 운영자금으로, 6천50억원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대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통상 유상증자로 주식 수가 증가하면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희석되는 만큼 시장에서는 긍정적으로는 평가하지 않는다.
롯데케미칼 지분은 롯데지주[004990](25.59%)와 롯데물산(20.00%) 등이 많이 가지고 있는 만큼 유상 증자로 인한 부담이 전이될 수 있는 구조다.
코로나 장기화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호텔롯데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 중이던 롯데칠성음료 주식 전량을 매각해 378억원 가량을 마련하기도 했다.
◇ 단기차입 비중 30%…"현금으로도 막을 수 있어"
다만 그룹에서는 건설발 충격은 '일시적'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롯데건설의 우발부채는 6∼7조원 가량으로 추산되지만, 그룹 전체의 현금성 자산은 15조원 이상인 만큼 충분히 충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룹 전체로 봐도 단기 차입금 비중이 30%로 이를 한꺼번에 상환하라고 해도 현금 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전체 차입금 중 장기 비중이 70%대를 유지하는 등 재무 건전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동빈 회장도 그룹과 계열사의 상황에 대해 수시로 보고 받으며 선제 대응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롯데건설 유상증자에도 사재를 털어 참여했다.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 우선 배정으로 진행되는 만큼 롯데건설 지분 0.59%를 가지고 있던 신 회장이 11억원을 들여 지분만큼 참여해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한편 책임경영의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롯데케미칼도 21일 유상증자 컨퍼런스콜에서 "롯데건설 리스크가 상당한 수준으로 해소되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롯데케미칼은 또 "롯데건설이 보유한 사업장은 대부분 우량한 사업이지만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일시적인 자금 경색을 겪고 있다"며 "상당한 금액이 올해 4분기를 포함해 내년까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유상증자 여파에도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21일 4.19% 상승했고 22일에는 3.5% 하락했지만 이날 다시 3%대로 반등하고 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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