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판 갈등' 코소보-세르비아, EU 중재속에 합의 도달(종합)

입력 2022-11-24 19:19  

'번호판 갈등' 코소보-세르비아, EU 중재속에 합의 도달(종합)
미국도 환영 성명 "지역 전체 평화와 안정 측면에서 큰 진전"


(서울·로마=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신창용 특파원 = 유럽 남부 발칸반도의 '앙숙' 세르비아와 코소보가 최근 긴장 고조의 원인인 '차량 번호판' 문제에 대해 합의에 도달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중재로 양측의 타협이 이뤄진 뒤 트위터에 "합의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보렐 고위대표는 "양국이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피하고 관계 정상화 방안에 집중하기로 했음을 알리게 돼 매우 기쁘다"며 "코소보는 차량 재등록에 관련된 추가 행동을 멈추고 세르비아는 코소보 도시 표기 자동차 번호판 발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도 이날 양국의 합의를 환영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양국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국민의 일상생활 개선을 위해 결정을 내린 점을 환영한다"며 "오늘의 결정은 지역 전체의 평화와 안정 측면에서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양국의 갈등은 최근 몇주간 급격히 고조됐다. 코소보가 이달 1일부터 자국 내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사용해온 세르비아 발급 차량 번호판을 코소보 발급 번호판으로 교체하도록 강제 조치에 나선 것이 발단이 됐다.
코소보는 3주간의 유예 기간을 거쳐 22일부터 차량 번호판 교체를 거부하는 운전자에 대해 150유로(약 21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계획이었다.
세르비아 헌법은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코소보를 여전히 자국 영토로 규정하고 있다. 코소보 북부에 주로 사는 약 5만명의 세르비아계 주민들 역시 코소보를 자신들의 국가로 여기지 않는다.
세르비아 정부는 코소보 내 세르비아계 주민들에게 상당한 재정적, 정치적 지원을 제공하며 결속을 강화했다.
이들은 세르비아계 거주지에 세르비아 국기를 걸고 번호판 변경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정부, 사법부, 경찰 등 코소보 북부의 모든 기관에서 집단 사퇴가 이어졌다. 일부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번호판을 교체한 차량에 불을 질렀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코소보가 의도적으로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난한 뒤 만약 코소보 경찰이 과태료를 부과할 경우 "지옥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두 국가가 "충돌 직전에 있다"고 경고했다.
코소보 정부가 세르비아계 주민들에게 과태료 부과 조치에 나설 경우 폭력 사태로 번질 위험이 커지자 EU는 물론 미국 정부까지 나서 중재 노력을 기울여왔다.
코소보 정부는 미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과태료 부과 조치를 이틀간 유예했다.
다시 한번 협상 테이블에 앉은 코소보와 세르비아는 EU의 중재 속에 합의에 도달하며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양측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EU 제안에 대해 향후 논의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중재 노력 의사도 밝혔다.
비오사 오스마니 코소보 대통령은 미국 정부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오스마니 대통령은 "코소보와 세르비아 사이의 대화 과정에서 그들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코소보는 이에 감사하다"고 트위터에 썼다.
이번 차량 번호판 갈등으로 사퇴한 약 600명에 이르는 경찰관 등 세르비아계 공직자들이 다시 원래 자리에 돌아올지, 아니면 새로 채용 절차가 진행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양국 간의 차량 번호판을 둘러싼 충돌은 오랜 민족적 갈등과도 맞물려 있다.
코소보는 1990년대 말 유고 연방이 해체될 때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하려다 수천 명이 사망하는 참혹한 내전을 겪었다.
이후 2008년 유엔과 미국·서유럽 등의 승인 아래 독립을 선포했으나 세르비아는 우방인 러시아·중국 등의 동의 아래 코소보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다.
evan@yna.co.kr,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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