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영향력 매우 커…1980년대 '라이브 에이드'처럼 공감대 끌어낼수도"
우크라 구호활동 책임자 맡아 "전쟁중 식량상황 심각…전기도 열악"
"북한 식량사정 쉽지 않아…우크라전쟁 영향도 있을 듯"
(서울=연합뉴스) 차민지 기자 = "WFP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변신한 한국의 성공담은 대단(extraordinary)합니다. 불행히도 많은 나라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브라이언 랜더 세계식량계획(WFP) 비상대응국 부국장은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그는 WFP의 우크라이나 구호 활동 책임자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개최한 글로벌 공적개발원조(ODA) 포럼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랜더 부국장에 따르면 한국은 1964~1984년 WFP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았으나 올해는 공여국 세계 11위(단일정부 기준)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성장했다.
공여 금액도 1억135만달러를 기록해 올해 처음으로 1억달러를 넘겼다. 여기엔 한국이 2018년부터 매년 지원하는 쌀 5만t도 포함됐다.
랜더 부국장은 "한국이 쌓은 경제적 경험, 노하우, 전문성이 세계 식량 위기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은 삼성, LG 같은 거대한 기업도 보유하고 있고 민간 경제도 성장 중인 나라"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전 세계 인도주의적 지원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이 크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어떻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랜더 부국장은 "도움을 주는 방식이 반드시 자금 지원일 필요는 없다"며 "한국은 케이팝의 영향력이 매우 큰 데 1980년대 라이브 에이드처럼 국제적인 이슈들에 대한 문제 제기와 공감대를 끌어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 지원의 예시로 올해 초 전쟁 구호활동을 위해 폴란드에 갔을 때 일론 머스크가 위성 통신망 스타링크를 지원해 NGO 단체들이 휴대전화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나아가 랜더 부국장은 세계 식량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존 분쟁에 코로나가 겹쳐 식량 위기는 악화하고 있다"며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며 심각한 식량 위기에 처해있는 인구가 3억4천900만명에 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식량 위기는 국가 경제가 안정되지 않은 저개발국가에 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한 국가가 불안정해지면 인근 주변 국가로 영향이 전파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의 식량 상황에 대해서는 "여전히 심각하다"며 "사람들이 폴란드나 몰도바로 대량 이주 중이며 전기와 발전소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고 밝혔다.
북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WFP는 북한에서 가장 늦게 철수한 단체였다"며 "WFP 북한사무소를 (말 그대로) 유지하고는 있으나 북한의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성사진 등을 통해 북한의 식량 사정이 쉽지 않다는 정도만 파악된다"고 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북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러시아의 주요 수출 품목인 비료 수출이 정상 재개된 상황도 아니고 북한은 전쟁 이전에도 비료 문제를 이미 갖고 있던 나라이기 때문에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WFP가 북한에 마지막으로 식량 지원을 한 건 지난해 3월이다.
cha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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