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사고 현장서 파편 찾아 美국방부 재산 목록서 확인
美, 우크라에 노후 재고 무기 지원…"오발 우려↑"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지난 9월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에 떨어져 민간인 3명을 다치게 한 미사일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로 추정된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9월 26일 오후 6시께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인 도네츠크주 도시 크라마토르스크의 한 아파트에 AGM-88B 고속 대(對) 레이더 미사일이 떨어졌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복수의 주민은 미사일이 떨어진 아파트는 사람이 살지 않는 건물이었지만, 이날 폭격으로 인근 아파트 주민 3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대변인은 미사일 폭격에 대한 NYT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NYT는 폭격 다음 날 현장에서 AGM-88B 파편을 찾았으며, 파편에 새겨진 조립 번호를 미국 국방부 재산 목록과 대조한 결과 해당 미사일이 미국제 AGM-88B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 국방부가 언제부터 AGM-88B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 시작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국방부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월부터 전투에서 AGM-88B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올라온 영상을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2명의 미국 국방부 당국자는 NYT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한 이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으로부터 AGM-88B를 탈취해 사용한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이 미사일이 러시아군에 의해 발사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NYT는 당시 AGM-88B의 타격 목표가 무엇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당시 우크라이나군은 사고 현장에서 20마일가량(약 32㎞) 떨어진 동부 요충지 리만을 러시아군으로부터 탈환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GM-88B가 목표물을 찾지 못한 상태로 비행하다가 연료가 바닥나 크라마토르스크의 아파트에 떨어졌을 수 있다고 전했다.
AGM-88B는 최초 목표물을 놓칠 경우 상대편의 다른 목표물을 찾아 비행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이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NYT는 전쟁 발발 이후 미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무기로 노후화된 장비 재고 목록을 검토해왔다면서, 이번 사고가 이러한 배경과 무관치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 당국자는 NYT에 현재 미군이 사용하는 AGM-88B는 신형으로 대체됐다면서, 우크라이나에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AGM-88B는 미 국방부의 오래된 재고가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지난 15일에는 폴란드 동부 우크라이나 접경지에 미사일이 떨어져 민간인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폴란드를 타격한 미사일은 러시아가 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서방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찰기가 당시 미사일 궤적을 관찰한 자료 등을 토대로 폴란드에 떨어진 것은 우크라이나의 대공 미사일이라고 밝히면서 오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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