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실세' 군부와 대립…총리 퇴진·조기 총선 요구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이달 초 유세 도중 입은 총격 부상으로 치료를 받아온 임란 칸 전 파키스탄 총리가 반정부 시위대를 직접 이끌겠다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들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익스프레스트리뷴 등 파키스탄 매체에 따르면 칸 전 총리는 전날 오후 공개한 영상 연설을 통해 "모든 파키스탄인이 26일 오후 1시 라왈핀디에서 열리는 행진 시위에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내 (건강) 상태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을 위해 나설 것"이라며 "당신 모두도 나를 위해 나와달라"고 요구했다.
칸 전 총리는 "진정한 자유를 얻기까지 국가는 침묵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그는 지난 3일 펀자브주 와지라바드 지역에서 유세 트럭을 타고 집회하던 도중 괴한이 쏜 총에 다리를 맞아 수술을 받았다.
당시 그는 조기 총선과 셰바즈 샤리프 현 총리의 퇴진 등을 요구하며 수도 이슬라마바드로 향하는 행진 시위를 이끌고 있었다.
총격 사건 후 일시 중단됐던 행진 시위는 지난 10일부터 재개됐다.
칸 전 총리는 이제 이슬라마바드 인근 군사도시인 라왈핀디부터 가세, 다시 정치권을 압박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크리켓 스타 출신으로 2018년부터 정권을 이끈 칸 전 총리는 지난 4월 의회 불신임으로 퇴출당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망가진 경제를 회복시키지 못했고 부패 척결 공약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다.
그는 '정계 실세'인 군부의 비호 아래 총리가 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군부와 완전히 갈라선 후 대립하고 있다. 자신의 총리직 퇴출에 미국 등 외세가 개입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번 총격 사건 후에는 암살 시도의 배후로 샤리프 총리, 라나 사나울라 내무부 장관, 파이살 나시르 정보국(ISI) 국장 등을 꼽기도 했다.
칸 전 총리가 총격 배후 중 한 곳으로 지목한 정보국은 군이 직접 통제하는 기관이다.
과거 쿠데타를 일으키기도 했던 파키스탄군은 현재는 정계의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여전히 정치·사회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집단으로 꼽힌다.
군부의 수장은 육군참모총장이다. 카마르 자베드 바지와가 지난 6년간 총장을 역임했으며 전날 아심 무니르 중장이 후임으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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