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러츠빌 유혈사태 때 등장한 24세 극우주의자…"트럼프, 매우 매료돼"
카녜이 "내가 대선 출마 뜻 밝히자 트럼프가 흥분해 소리질러" 주장도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일주일 만에 미국의 대표적인 백인 우월론자와 반유대주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힙합 가수 '예'(카녜이 웨스트)와 회동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다.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22일 자신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으로 백인 우월론자 닉 푸엔테스와 예를 불러 함께 만찬을 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5일 마러라고에서 세 번째 대권 도전을 선언했는데, 일주일 만에 극단주의자들과 저녁식사 자리를 가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회동의 경위를 밝혔다.
그는 "예는 마러라고에 매우 오고 싶어했다"며 "원래 우리의 만찬은 나와 예만을 위한 것이었지만, 예가 내가 이전에 만난 적도 없고 알지도 모르는 손님(푸엔테스)과 함께 왔다"고 전했다.
푸엔테스는 언론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소식통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푸엔테스를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가 푸엔테스와의 만남을 만족스러워했다고 악시오스에 전했다.
소식통은 "트럼프가 푸엔테스에게 매우 매료된 것 같았다"며 "푸엔테스가 각종 통계와 2016년 선거운동 당시 트럼프의 연설을 줄줄 꿰자 감명받는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또 푸엔테스가 트럼프에게 그의 '진짜' 모습이 더 좋다고 말하면서, 일주일 전 출마 연설은 각본처럼 보였고 트럼프답지 않았다고 조언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가 즉흥적으로 말할 때가 더 좋다는 뜻으로 들린다"고 하자, 푸엔테스는 "그렇다"며 "당신은 구속받지 않을 때 대통령의 면모를 보여준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푸엔테스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지지를 표시하며 대권 잠룡으로 급부상한 론 디센티스 플로리다주지사를 포함해 공화당 내 트럼프의 잠재적 경쟁자들을 '부숴버리겠다'(crush)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푸엔테스에게 당내 다른 후보들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어느 순간 예에게 "나는 이 사람(푸엔테스)이 정말 좋다"며 "그는 나를 사로잡았다"고 말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와 함께 푸엔테스는 작년 1월 6일 대선 결과에 불복해 연방의사당에 난입했다가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 중에는 자신들에 대한 트럼프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느껴 실망한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푸엔테스의 의견을 반박하지 않은 채, 자신의 주변에는 준비된 대본 대로 말하고, 더 '대통령답게' 행동하라고 조언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답했다.
24세인 푸엔테스는 2017년 8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열린 백인우월주의자 유혈 폭력집회에 참석한 뒤 극우세력 사이에서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을 편드는 듯한 발언을 해 거센 역풍을 맞기도 했다.
예는 최근 복귀한 트위터에서 마러라고 자택에서의 만찬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반유대인 발언으로 트위터에서 쫓겨났지만 최근 일론 머스크의 '사면'을 받고 트위터 계정을 되찾았다.
예는 이날 트위터에서 자신이 2024년 대선에 출마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리를 지르며 흥분하면서 "너는 선거에서 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예는 자신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자신의 러닝메이트가 돼 달라고 하자 그가 심하게 동요했다고도 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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