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지연 둘러싸고 민심 악화하자 市당국 방역 완화 예고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19명의 사상자를 낳은 중국 북서부 신장 우루무치의 아파트 화재를 계기로 고강도 봉쇄 중심의 중국 방역 정책이 또 한 번 도마위에 올랐다.
지난 24일 밤 우루무치 한 고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민 10명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지고 9명이 부상한 것이 발단이었다.
불은 2시간 45분 만에 진화됐는데, 코로나19 방역 강화 차원에서 아파트를 봉쇄하기 위해 가져다 놓았던 설치물들이 신속한 진화를 방해했다는 등의 주장이 소셜미디어(SNS)에서 급속히 퍼졌다.
또 8월 이후 계속되고 있는 우루무치의 장기 봉쇄 상황에 지친 일부 시민들이 우루무치 시 정부 앞에서 '봉쇄를 해제하라'고 외치며 시위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화재 다음 날인 25일 SNS에 유포됐다.
민심이 심상치 않자 현지 당국은 서둘러 '여론 진화'에 나섰다.
우루무치 시 당국은 25일 밤늦게 기자회견을 열어 화재 지역이 코로나19 '저위험 지역'이어서 화재 당시 아파트는 봉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아파트 앞에 주차된 차량때문에 소방차의 진입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라며 방역 관련 설치물 때문에 진화가 지연됐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루무치시 정부 대변인실은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우루무치가 봉쇄 구역 밖에서 신규 감염자가 나오지 않는 '제로 코로나'를 대체로 달성했다며 단계적으로 질서 있게 코로나19 저위험지역의 생활 질서를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물자 공급을 강화하고 코로나19 저위험 단지 주변 상가를 질서 있게 점진적으로 개방할 것이며, 고위험 지역(봉쇄 대상)에 대한 생활 물자 보장에도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중국의 고강도 방역에 따른 장기 봉쇄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내심이 고갈되고 있고, 그것이 당국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로 평가된다.
화재 진화 지연과 고강도 방역은 무관하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지만 SNS에 난무하는 각종 주장이 동조 여론을 형성하는 것 자체가 중국 지방에서 장기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봉쇄 조치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중국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난 11일 '묻지마 봉쇄'를 자제하고 정밀 방역을 하라는 지침을 발표했지만 최근 중국 본토 신규 감염자 수가 하루 3만 명을 넘는 가파른 감염 확산세 속에 방역 유연화 조치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광저우, 정저우, 티벳 등 중국 다른 지역에서도 코로나19 봉쇄 조치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시위가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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