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시위 관련 "폭도로부터 국민 지키려 목숨 바쳐" 주장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란 최고지도자는 혁명수비대(IRGC)와 그 산하 조직 대원들이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대의 폭력 행위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26일(현지시간) 국영 IRIB 방송에 따르면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날 테헤란에서 바시지민병대를 만나 "대원들이 폭도들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말했다.
바시지민병대는 혁명수비대 산하 조직으로 2009년 이란 대통령선거 이후 촉발된 시위사태 당시 강경 진압으로 악명을 떨쳤다.
IRIB는 지난 9월부터 이어진 반정부 시위로 경찰과 보안군 50여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하메네이는 "이란의 주요 전장은 반정부 시위 현장이 아니라, 오만한 패권 국가들과 맞서는 것"이라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아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날 최근 들어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서부 국경에 위치한 쿠르드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했다고 밝혔다.
내외신에 따르면 반정부 시위를 촉발한 의문사 사건의 희생자인 마흐사 아미니(22)의 고향 사케즈가 위치한 서부 쿠르드 지역에서는 시위대와 보안군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최근 쿠르드 지역에서만 시위대 40여명이 사망했다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주요 도시에서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체포돼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아미니 사건으로 촉발한 시위가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아미니는 지난 9월 13일 테헤란 도심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 순찰대에 체포됐다.
그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갑자기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같은 달 16일 숨졌다. 이 사건은 이란 내 광범위한 반정부 시위를 촉발했다.
이란의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지난 25일 기준 미성년자 63명을 포함해 448명의 시위 참가자가 목숨을 잃었다고 집계했다.
이란 당국은 미국 등 서방 세력이 이란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기 위해 시위를 조직·조장한다고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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