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회원국 등 20여개국 참여…"기근 닥친 국가에 곡물선 60척 보내기로"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우크라이나가 세계 20여개국과 함께 2천억원에 달하는 기금을 마련해 식량난에 허덕이는 중동 아프리카 빈국에 곡물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에서 온 곡물(Grain from Ukraine) 이니셔티브'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을 비롯해 20여 개의 동맹국과 함께 1억5천만 달러(약 2천억원)의 기금을 마련해 에티오피아, 수단, 남수단, 소말리아, 예멘 등에 곡물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항구에서 기근과 가뭄의 위협에 직면한 이들 국가에 최소 60척의 곡물 수출선이 출항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정상회담에는 벨기에, 폴란드, 리투아니아 총리와 헝가리 대통령이 참석했으며 독일과 프랑스, EU 정상들은 화상으로 참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화상 연설에서 "예멘과 수단에 식량을 보내기 위해 600만 유로(약 83억2천만원)를 기부한다"고 밝히고 "가장 취약한 국가들이 그들이 원치 않은 전쟁의 대가를 치르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세계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내고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곡물 수출 통로인 흑해가 봉쇄되면서 전 세계 식량 공급이 차질을 빚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올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전 세계 식량 공급은 작년 동기에 비해 1천만t 감소했다"며 "러시아가 전쟁 초기 흑해 항구를 봉쇄하면서 전 세계 수백만명의 식량 안보가 위협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러시아의 무자비한 전쟁이 초래한 세계 식량위기를 함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주요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흑해 수출길이 막히면서 국제 식량가격이 폭등하는 등 큰 혼란이 빚어졌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지난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를 통한 식량 수출을 4개월간 보장하는 협정을 체결했으며, 이 협정은 기간 만료를 이틀 앞둔 이달 17일 4개월 추가로 연장됐다.
이번 빈국 식량 지원 계획은 러시아가 다시 흑해 항로를 봉쇄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포석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은 1930년대에 소련 치하의 우크라이나에서 300만 명이 굶어 죽은 '홀로도모르' 90주년 추모일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홀로도모르는 1932∼1933년에 소련 독재자 스탈린이 우크라이나에서 곡물과 종자를 징발해 벌어진 대기근 사건으로, 우크라이나는 매년 11월 마지막 토요일에 홀로도모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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