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이스키아섬 산사태 사망자 7명…불법 건축물 등 '인재' 지적

입력 2022-11-28 12:14   수정 2022-11-28 14:02

伊 이스키아섬 산사태 사망자 7명…불법 건축물 등 '인재' 지적
지난 4년간 산사태 72회…"100년 전부터 나무 다 뽑혀나간 탓"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이탈리아 나폴리 서쪽의 이스키아 섬에서 일어난 산사태로 최소 7명이 숨진 가운데, 오랜 기간에 걸친 불법 건축 관행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지 당국에 따르면 전날 새벽 20년 만의 최악의 폭풍우가 몰아친 뒤 이 섬 최고봉인 해발 789m의 에포메오산 정상에 있는 진흙더미가 카사미치올라 테르메 마을을 덮치면서 생후 3주밖에 안 된 남아와 32세 여성 등 7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 아기의 부모, 11살과 5살 남매, 불가리아 관광객 1명 등 6명은 실종 상태다.
또 집 수십 채가 부서졌고 나무들이 뿌리째 뽑혔으며 자동차 여러 대가 바다로 쓸려 내려갔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이스키아 섬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산사태 피해 복구를 위해 200만 유로(약 27억 8천만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정부의 대처가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너무 늦었다며 분노하고 있다.
특히 2만8천 채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주택과 빌딩 등 불법 건축물이 산사태 피해를 가중시켰다는 성토가 나온다.
이번 산사태로 차를 잃고 60대의 친구마저 잃을 뻔한 빈센조 카푸아노는 "1920년대부터 계속 불법 건물이 들어섰지만, 당국은 이를 눈감아줬다"고 주장했다.
불법 건물이 계속 들어서면서 나무들이 잘려 나가 산사태를 막을 버팀목들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섬에서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72번의 산사태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곳의 산사태 위험을 가늠할 수 있는 지질 조사가 20년 전을 끝으로 더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나폴리의 페데리코 2세 대학에서 지형학을 가르치는 미클라 페네타 교수는 "이곳은 산사태가 발생하기 쉬운 곳"이라며 "과거의 산사태와 지진 활동도 이번 산사태의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벌목과 시멘트 공사로 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않고 빠른 속도로 도로와 주택을 덮쳐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년 전 작성된 지질도가 갱신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그 지도 자체가 산사태 위험을 예측할 수 있을 만큼 자세하지 않다"며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으니 사람들이 건물을 아무 데나 지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인의 사촌이 실종됐다는 주민 파스콸레 만초 씨는 "당국은 2009년에도 산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예산을 편성했지만 제대로 쓰이지 않았고 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면서 "예방책은 강구하지 않고 일이 일어난 뒤에야 움직인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마을에서는 2009년에도 산사태가 일어나 14세 소녀가 사망했고 2017년에는 지진이 발생했다.
가족 소유 호텔 입구에서 진흙을 치우던 프랑코 씨도 "2009년에 이어 또 이러고 있자니 화가 치민다"며 "당시 정부는 마을의 안전하게 만들겠다며 많은 것을 약속했지만 아무것도 안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산사태 직전 며칠 동안 이탈리아 전역에서 6시간 동안 126㎜에 이를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다.
소방서 관계자는 현지 매체 RAI-TV 인터뷰에서 "마을 곳곳에 진흙과 물이 가득 찼다"며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수색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프리섬 인근에 있는 이스키아섬은 인구 약 2만2천 명의 휴양지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를 비롯해 천연 온천 등을 즐기려는 이들이 자주 찾는다.
특히 올여름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든 뒤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렸다.
이곳에서 택시를 모는 라파엘로 씨는 "올여름은 대단했다"며 "이번 일은 우리 섬의 큰 비극"이라고 말했다. 이번 산사태 실종자 가운데 한 명이 그의 친척이다. kjw@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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