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파업 전공의 업무개시명령 땐 휴대전화 끄고 '블랙아웃'
화물연대, 명령 무효 가처분 신청 검토…정부도 법적 대응 마쳐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업무개시명령은 운송 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으로 거부해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리도록 한 것이다.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려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며, 명령을 내리는 구체적 이유와 대책을 국회 상임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운송 사업자·운수 종사자에게 적용하는 업무개시명령은 2004년 화물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해 처음 도입됐다.
화물연대가 2003년 5월과 8월 두 차례 총파업을 벌여 부산항이 마비되는 등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던 게 도입 계기다. 당시엔 총파업 이듬해에 도입됐기 때문에 발동될 여지가 없었다.
정부는 이후 화물연대가 파업에 들어갈 때마다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거론했지만, 화물연대에 실제로 발동한 적은 없다.
다만 2020년 8월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였을 때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적은 있다.
원칙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은 당사자 본인에게 직접 전달돼야 한다.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되면 운송회사와 운송기사 주소지 등으로 명령서가 송달된다.
운송기사들이 명령서를 받지 못해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즉각적인 명령서 송달을 위해 화물 기사들의 연락처와 주소를 상당수 확보해놓은 상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행정절차법상 (본인 송달이 아니어도) 다양한 방법으로 업무개시명령 전달이 가능하다"며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의 경우 본인 동의가 필요하지만, 고용자나 동거 가족을 통한 제3자 송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부재'로 송달이 계속해서 거부되면 관보 공고 등으로 송달을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 최대 14일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2020년 파업에 나선 전공의들은 업무개시명령의 송달을 회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꺼두는 이른바 '블랙아웃'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화물기사는 다음날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1차 불응 때 30일 이하 운행정지 처분이 내려지고, 2차 불응 때는 화물운송자격이 취소돼 화물차 운행을 할 수 없게 된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명령 무효 가처분 신청 등을 고려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이 위헌적이며,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105호 '강제근로 폐지 협약'에 저촉된다는 입장이다. 협약 105호는 정치적 입장 표명과 파업 참가에 대한 처벌로 강제 근무를 시킬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응주 화물연대 교육선전국장은 "28일 교섭 결렬 이후 30일로 다시 날짜를 잡아 놓았는데도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린다는 것은 교섭에 대한 의지 자체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 "정부 논리대로면 화물 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라며 "개인사업자가 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어떻게 불법이며, 정부는 무슨 권리로 영업을 개시하라 마라 하느냐"고 밝혔다.
정부는 화물연대 측의 가처분 신청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이번 파업이 국가 경제에 미친 파장 등에 대해 이미 실사를 거쳐 법적 대응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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