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화물연대에 업무개시명령…대화 노력도 이어가야

입력 2022-11-29 14:18  

[연합시론] 화물연대에 업무개시명령…대화 노력도 이어가야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로 산업계 피해가 확산하자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우리 산업 기반이 초토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민생과 국가 경제에 초래될 더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해 부득이 시멘트 분야의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최우선으로 시멘트 분야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것은 관련 업계의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총파업으로 시멘트 출고량이 평소보다 90~95% 감소하면서 전국 912개 건설 현장 중 56%인 508곳에서 공사가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곧바로 건설 현장의 정상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전날 화물연대와 국토부 간의 협상이 결렬된 지 하루 만에 정부가 '법에 따른 원칙적 대응'을 천명하면서 오히려 강 대 강 대치가 더욱 첨예화할 가능성도 있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이 위헌적이며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105호 '강제 근로 폐지 협약'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에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도 이날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업무개시명령은 특정 업무 종사자를 대상으로 법률로써 업무를 강제하는 제도이다. 1994년 의료법과 약사법에 처음 도입됐고, 2003년에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도 적용됐다. 이 법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하여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어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업무 개시를 명할 수 있다. 이전에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경우는 2020년 의사 파업 때가 유일하다. 화물차와 관련해서는 이번이 처음으로, 시멘트업 운수종사자 2천500여 명이 대상이다. 명령을 송달받은 운수종사자는 다음날 24시까지 업무에 복귀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운행정지·자격정지 등의 행정처분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화물연대가 국가 경제를 볼모로 걸핏하면 파업에 나서는 것은 잘못이다. 화물연대는 당초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된 안전운임제의 영구화와 대상 품목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나 그 효과는 아직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실물 경제의 피해가 막심한 만큼 업무개시명령과 상관없이 우선 파업부터 철회한 뒤 정부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길 바란다.

정부와 정치권도 각성해야 한다. 지난 6월에도 이 문제로 파업이 일주일간 계속되면서 물류대란이 발생했는데 그사이 도대체 무얼 했는지 답답하다. 당시 화물연대와 국토부는 안전운임제를 연장하고 현재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로 한정된 대상 품목의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합의의 구체성이 떨어져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국회 입법 사항인 안전운임제를 언제까지로 연장할지는 빈칸이었고, 운임 표준화가 쉽지 않은 다른 품목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단기간 내에 가능할지도 의문이었다. 따라서 양측은 제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완료되는 즉시 정부가 안전운임제 시행 성과를 국회에 보고한다는 데 합의했는데 이후로 이와 관련해 별다른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큰일이 터져 여론의 관심이 집중됐을 때는 호들갑을 떨다가 미봉 후에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고질병 때문에 결국 업무개시명령이라는 강수 외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지경까지 이른 것 아닌가.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이 원만한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본때를 보이겠다는 생각을, 정치권은 지지층 결집의 도구로 삼겠다는 생각을 접어야 한다. 경제의 실핏줄이 너무 오래 막히면 큰 병이 나게 돼 있다. 30일로 예정된 정부와 화물연대의 2차 협상이 사태 해결의 물꼬가 되길 기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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