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인도도 무역적자 개선 원해"…제재 우려에 기업은 주저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서방 제재 장기화로 경제에 큰 타격을 입은 러시아가 인도에서 산업용품 수입 활로를 찾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9일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인도에 자동차, 항공기, 열차 등의 부품을 비롯해 500여 제품 수입 후보 목록을 전달했다.
인도 정부의 한 소식통은 제품 범위를 고려할 때 이런 요청은 이례적이라며 "다만 이 목록은 잠정적인 것으로 어떤 물품이 얼마나 많이 수출될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의 업계 관계자도 러시아 산업무역부가 자국의 대기업들에 필요한 원자재와 장비 용품 목록을 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사양이나 물량 등과 관련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며 이번 수입 시도는 인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제재로 인해 현지 산업이 심각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산 제품이 많이 필요한 러시아 항공산업은 물론 자동차 산업도 부품 부족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요청에 대해 인도 정부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최근 원유, 비료 등 러시아산 물품 수입이 급증하면서 대러 무역 적자가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도의 올해 2∼11월 대러 수입액은 290억 달러로 작년 동기 60억 달러보다 5배가량 늘었다.
반면 수출액은 작년 동기 24억 달러에서 올해 19억 달러로 크게 줄었다.
인도는 이번 수입 요청과 관련해 앞으로 몇 달 동안 대러 수출 규모를 100억 달러로 늘리기를 원한다고 정부 소식통은 전했다.
러시아의 요청은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의 이달 초 러시아 방문 몇 주 전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 분야 여러 관료와 함께 러시아를 방문한 자이샨카르 장관은 현지에서 "인도는 러시아와 양자 교역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수출을 증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인도 기업들은 서방의 제재 우려로 대러 수출을 꺼리는 상황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아자이 사하이 인도수출기구연합회(FIEO) 회장은 업체 사이에서는 특히 제재 품목의 수출에 대해 주저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인도는 고립된 러시아에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몇 안 되는 나라로 여겨진다.
전통적으로 중립 외교를 펼쳤던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서도 규탄과 제재에 나선 서방과 달리 상당히 미지근한 태도를 보여왔다.
인도는 중국 견제를 위해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의 일원이 되는 등 지난 몇 년간 외교 무게의 중심을 미국으로 조금씩 이동하긴 했지만, 러시아와도 여전히 깊은 우호 관계를 이어왔다.
특히 인도는 러시아산 무기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 쉽사리 러시아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인도는 최근 주요 7개국(G7)이 결정한 러시아산 원유가격 상한제 참여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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