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방공체계 소진하려 '핵탄두 없는 핵미사일' 사용"

입력 2022-12-02 08:15  

"러, 우크라 방공체계 소진하려 '핵탄두 없는 핵미사일' 사용"
우크라, 순항미사일 잔해 분석 결과 '구소련 전략무기'
"방공체계 노린 미끼…러 장거리 미사일 재고급감 방증"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방공체계를 소진하려고 수십 년간 병기고에 잠자고 있던 전략무기까지 꺼내 던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관리 니콜라 다닐리우크는 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을 핵탄두 없이 발사했다고 밝혔다.
다닐리우크는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 흐멜니츠키에서 X-55 순항미사일(나토 명칭 AS-15)의 잔해가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이 미사일은 옛 소비에트연방(소련) 시절이던 1980년대에 사전 조율을 거쳐 전략 목표를 타격하기 위해 설계된 핵무기다.
영국 국방부는 X-55 순항미사일은 오로지 핵탄두를 투발할 목적으로만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이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발사하면서 핵탄두를 제거하고 대신 폭발성이 없는 물질을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은 발견된 미사일 잔해를 분석한 결과 정상 범위를 넘어서는 방사성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폭발성이 없는 탄두를 꽂은 미사일이라고 하더라도 비행 때 축적된 운동에너지와 남은 연료 때문에 타격 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핵탄두가 제거된 핵미사일을 사용하는 까닭으로는 미사일 재고 부족과 우크라이나 방공망 소진 시도가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 민간시설을 계속 타격하는 과정에서 장거리 미사일이 재고가 급감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서 진군이 어려워지자 전역의 전력공급 시설을 때려 한겨울 추위를 무기화하는 쪽으로 전술을 바꿨다.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계속 돌려 소진하려는 미끼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국방부는 지난달 26일 정보 브리핑에서 X-55 순항미사일 잔해를 거론하며 러시아의 이 같은 의도를 의심했다.
국방부는 "그런 비활성화한 체계가 미사일의 운동에너지와 사용되지 않고 남은 연료 때문에 일부 피해를 줄 수 있지만 의도한 표적에 확실한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그런 미사일이 미끼로 작용해 우크라이나의 방공체계 집중력이 분산되기를 원한 게 거의 확실하다"며 "러시아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미사일을 이렇게 임의로 사용한 데에서는 러시아 장거리 미사일 재고의 감소 수준이 잘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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