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거 방해·영감상법 등 6가지 구체적 금지 행위 제시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이하 가정연합)에 많은 돈을 기부해 피해를 본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한 새로운 법안을 결정해 국회에 제출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전날 각의(국무회의)를 통해 정한 법안의 명칭은 '법인 등에 따른 기부의 부당한 권유 방지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법안 적용 대상은 법인, 단체, 개인이다.
구체적인 금지 행위로는 퇴거하지 않음, 퇴거 방해, 퇴거가 곤란한 장소에 동행, 상담 연락 방해 협박, 연애 감정 등을 이용한 관계 파탄 고지, 영감상법(靈感商法) 등 6가지 사항을 제시했다.
영감상법은 악령을 제거할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을 믿게 해서 평범한 물건을 고액에 판매하는 수법을 뜻한다.
이러한 부당한 권유로 개인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져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을 경우에는 기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취소 가능 기간은 행위에 따라 1∼10년으로 정했다.
아울러 빚을 내거나 사업에 필요한 자산을 팔아 기부하라고 요청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기부자의 자녀와 배우자가 양육비 확보를 위해 기부 취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금지 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 총리가 정지를 권고할 수 있다. 권고에 따르지 않으면 정지 명령을 하고, 이마저도 지키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거나 100만 엔(약 96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게 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전날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이 법안에 대해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은 이달 10일 종료하는 국회 회기 안에 법안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하지만 야당과 기부 피해자를 지원하는 변호사들은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금지 행위에 대한 내용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살해한 범인이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을 기부해 가정이 엉망이 됐다'고 범행 동기를 밝힌 이후 가정연합 기부 피해가 중요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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