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A 총재 "추가 금리 인상 예상"…금융시장은 3.6%까지 인상 전망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호주 중앙은행(RBA)이 8개월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호주 기준금리가 3%를 넘어섰다.
RBA는 6일(현지시간) 통화정책 회의 후 기준금리를 2.85%에서 3.1%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호주는 지난 5월 기준 금리를 0.1%에서 0.35%로 올린 뒤 8개월 연속 금리 인상을 이어가 올해 들어서만 3%포인트 올렸다. 이는 1989년 이후 가장 큰 인상 폭이다.필립 로우 RBA 총재는 성명을 통해 "이사회는 앞으로도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미리 정해진 길 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금리 인상 폭과 시기는 앞으로 확인되는 데이터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우 총재가 추가 긴축 의지를 보이자 금융시장에서 호주 달러의 가치와 채권 수익률은 소폭 상승했다.
금융시장도 RBA가 내년 7월까지 두 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전망한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처럼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다고 호주 ABC 방송 등이 전했다.
호주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시기 저금리가 이어지자 집값이 크게 뛰었다. 로우 총재는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2024년까지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고, 이에 많은 호주인은 앞다퉈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택 구매에 나섰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급격한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주택 가격은 내려가고 이자 부담은 늘어나는 상황이다.
자산운용사 배타쉐어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호주의 평균 가계 수입 대비 주택담보대출 상환금 비율은 42.8%로 1990년 이후 32년 만에 최고치다.
가격 비교 웹사이트 파인더에 따르면 RBA가 이날 기준금리를 또 올리면서 금리 인상 전 50만 호주달러(약 4억4천만 원)를 대출받은 사람의 경우 현재 갚아야 하는 월 이자 부담액은 대출 당시보다 평균 910호주달러(약 80만 원) 늘었다.
이 때문에 야당을 중심으로 로우 총재가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사퇴해야 한다는 압박이 이어졌고, 로우 총재도 최근 국회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호주의 주요 부동산 지표인 코어로직의 전국주택가격지수는 지난 11월 전월 대비 1.0% 떨어지며 7개월 연속 하락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2% 하락했다.
도시별로는 브리즈번과 호바트가 전월 대비 2.0% 하락해 하락 폭이 가장 컸고, 호주 최대 도시 시드니도 1.3% 떨어졌다.
호주의 주택 가격은 저금리가 계속되고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지난해에만 전국 평균 21% 상승했지만, 호주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지난 5월부터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특히 집값 상승 폭이 가장 컸던 시드니는 1년 전보다 10.6% 급락했다.
코어로직의 엘리자 오웬 연구실장은 "집값 하락 폭이 다소 둔화하고 있지만 주택 시장이 회복될 것이란 징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며 당분간 주택시장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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